“권리금 2억 등 빚지고 들어왔는데…”
전대차 계약, 상가권리금 사각지대
비대위 구성해 학교에 상생 호소
전대차 계약, 상가권리금 사각지대
비대위 구성해 학교에 상생 호소
한양대가 학내 음식점·빵집·카페 등의 관리업체를 갑작스레 바꿔 10년 넘게 장사해온 상인들이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이른바 ‘전대차’ 계약의 사각지대에 몰린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학교 쪽에 ‘상생’을 호소하고 나섰다.
28일 한양대와 학내 복지시설인 한양플라자 입점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양대는 2004년부터 한국미니스톱에 한양플라자 1층 매장 14곳에 대한 관리·운영을 맡기는 계약을 맺었다. 한국미니스톱이 한양대에서 빌린 매장을 상인들에게 다시 빌려주는 이른바 전대차 계약이다.
한양대는 지난달 중순 한국미니스톱 대신 ㅂ사를 새로운 관리·운영 업체로 선정했다. 한국미니스톱과 매년 계약을 맺어온 상인들은 “계약 만료기간인 6월30일까지 매장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음식점·빵집 등 식음료업체 5곳의 상인이 모인 비대위는 “ㅂ사가 기존 상인들 대신 식음료 프랜차이즈 직영점과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해 매장 14곳 가운데 5곳이 비대위를 꾸렸다”고 밝혔다. 안경점과 컴퓨터 판매·수리점 등 나머지 상점 9곳은 임대료 인상과 인테리어 비용 부담 등을 요구하는 ㅂ사와 계약 승계를 두고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들은 ‘갑작스런 해지 통보’에 반발하고 있다. 10년째 ‘김밥나라’를 운영하고 있다는 김성규(49)씨는 “계약 만료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상점을 비워달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 학교의 구성원이라고 생각하며 10년 동안 시중보다 싸게 받으며 학생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왔는데 이런 통보를 받아 고통스럽고 막막하다”고 했다. 5년째 ‘파파이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제욱(36)씨는 “권리금 2억4000만원, 보증금 1억원 등을 빚지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나가야 하는 상황에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한양대 관계자는 “한양플라자는 전대차 계약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운영 책임을 맡고 있어 업체가 정한 방침대로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임대 상인들이 중심이 된 ‘맘 편히 장사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은 이날 한양플라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곳은 지난 12일 개정된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 상가 권리금 사각지대로 지적됐던 전대차 계약의 전형적인 사례다. 국회가 이들을 보호할 추가 법 개정을 진행하고, 학교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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