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서병수 받았을 가능성 수사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아무개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을 사흘간 날마다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막바지에 접어든 리스트 수사가 ‘대선자금’ 쪽으로 번질지를 좌우할 ‘키맨’으로 평가된다. 김씨 조사 결과에 검찰 안팎의 비상한 관심이 쏠린 이유다.
특별수사팀은 31일 “김씨를 세번째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 29일 김씨 집을 압수수색한 뒤 저녁 7시께부터 새벽 2시께까지 소환조사했고, 30일 오전 다시 불러 자정 무렵까지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김씨는 대선을 앞둔 2012년 11~12월께 성 전 회장 쪽에서 2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 수사 초기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한테서 “대선 직전 성 전 회장의 지시로 2억원을 만들어 회장실에 찾아온 김씨한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수사팀은 김씨를 상대로 2억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그 명목, 행방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한 방송사 정치부장 출신으로 성 전 회장이 주도한 ‘충청포럼’ 회원인 김씨는 2012년 4월 총선에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하려 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다. 검찰은 김씨가 2억원을 받아 대선 캠프 쪽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씨 주변의 자금 흐름을 살펴봤는데, 갑작스런 재산 증가 등 별다른 특이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대선 직전에 2억원 정도의 돈을 회장실에 가서 받아왔다면, 선거 막판에 급전을 긴급 수혈한 모양새로 보인다. 그 정도 급전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캠프 내부에서도 발언권이 높은 몇몇뿐일 것”이라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은 당시 캠프에서 모두 본부장 직함을 달고 있던 ‘실세’들이었다. 이 가운데 홍 의원과 ‘(서 시장으로 보이는) 부산시장’은 리스트에 ‘2억원’이라고 적혀있기도 해, 김씨를 통해 2억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김씨의 진술 내용에 따라 검찰이 쥔 칼끝의 방향과 깊이가 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김씨는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팀은 애초 참고인이었던 김씨의 신분을 조사 중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한다. 수사에 협조해 ‘전달자’로 그칠지, 더 강도 높은 처벌을 받을 것인지 선택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씨 조사는 단지 2억원을 받았다, 안 받았다 차원이 아니다. 당시 새누리당 캠프 주요 관계자들의 동선과 이해관계, 자금 흐름 등을 망라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불구속 기소 방침이 선 이완구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경남지사를 제외한 ‘리스트 6인’이 수사팀에 회신할 서면답변서 내용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데도 김씨 조사 내용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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