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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MB정부 교육정책 나쁘기만 했을까?

등록 2015-06-02 17:37수정 2015-06-02 21:29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신일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신일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책만큼 정책 결정 과정도 중요해
MB정부 대학지원사업 성공했다는 평가
실패로 끝난 교육정책과 차이는 뭘까
좋은 정책도 잘못된 정책 결정 과정을 거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한국 교육정책 결정구조의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국교육정치학회의 춘계 학술대회에서는 어떤 정책이냐 보다 정책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교육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주제발표가 있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ACE 사업)’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우호 여론을 형성하는 데 매진하고 관료집단의 지원을 획득한 결과, 해당 정책이 박근혜 정부에까지 이어질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배 교수와는 달리 실패한 정책의 전형인 의학전문대학원 정책을 분석한 변기용 고려대 교수는 김대중 정부 말기에 수립돼 노무현 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추진된 의전원 정책이 우군이 되어야 할 의대 교수는 물론 관료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좌초를 거듭하다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ACE 사업과 의전원 정책에 대한 내용적인 평가나 각 정권이 추진한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두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는 과정은 야심차게 도입한 교육정책이 부작용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추는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성패를 가르는 정치학 하나-정책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느냐?

배상훈 교수는 ACE 사업이 성공한 핵심 요인으로 ACE 사업을 추진하는 집단이 정책옹호집단을 형성해 여론을 조성하는 체계적인 작업을 했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ACE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곳은 2008년 설치된 대통령 자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였는데, 이들은 전국교무처장협의회와 전국기획처장협의회 등 전국 대학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교수들까지 참여한 ‘대학 교육 강화 포럼’을 6차례 열었다. 이 포럼을 통해 대학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교무처장들과 기획처장들이 ACE 사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고, 이들은 향후 ACE 사업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우군’이 됐다.

“대학 관계자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정부나 국회에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예요. 정책 수혜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정책결정, 성공적 수행에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해요.”(배상훈 교수 발제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특별소위 위원 A)

반면 의전원 정책의 경우 우군이 없었다. 의전원 정책은 애초 ‘상위 1% 인재를 싹쓸이하는 의대를 폐지하면 우수 인재가 이공계 학부로 올 것’이라는 정책목표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공계 학생들이 대학 진학 이후 의전원 입시에 매달리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대학 현장에서는 우수 인재 유치 효과보다는 오히려 이공계 학부교육이 피폐하게 되는 악영향이 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어찌보면 정책 시행에 있어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야 할 이공계 학부(과) 교수들이 의전원 정책에 등을 돌림으로써 후속적 정책 추진에 오히려 문제점을 야기하게 되는 악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변기용 교수 발제문)

“결국은 전문가 집단들 중에서도 그 뭐라 그래야 하나 기초의학 하는 몇 사람들만 이 이슈를 계속 제기한 거예요. 만약에 기초의학한 사람들이 이것을 이슈라고 생각한다면 의학계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여서 이것을 그 분야에서 이슈화하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정책의제화가 됐다면…결국은 이해관계에 있는 전체를 이 정책의 이슈로 끌어들여서 아 내 문제구나, 이렇게 처음부터 했어야 하는데…”(변기용 교수 발제문, 피면담자 A)

더구나 의전원의 경우 2002년 도입될 당시 의과대학 체제와 의전원 체제를 50%씩 병행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학부 단계 의대의 우수 인재 싹쓸이 현상도 해소하지 못하고, 여기에 이공계 학부 과정까지 황폐화 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더구나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케하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을 허용했으면서도 ‘병행 정책’이 사실상 전무한 것도 문제였다. 등록금과 학위가 전혀 다른 의대생과 의전원생이 동일한 교육과정을 받아서 생기는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는 의전원 정책을 시행하는 현장의 교수들마저 해당 정책에 등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ACE 사업은 대학 교수들이 우군으로 지지

의대 교수들마저 등돌린 의전원, 결국 실패

■ 성패를 가르는 정치학 둘-관료집단을 설득했느냐?

배상훈 교수의 발제문을 보면 ACE 사업 도입을 주도한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교육부 관료들의 설득에도 공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취업률, 학생충원율 등 정량적인 지표를 활용하는 대학 지원 사업(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 관료들이 대학 구성원의 열정, 아이디어 등 정성적인 지표를 채택하려고 했던 ACE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 포석이었다.

“정책 개발 초기에 ACE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할 때, 일반적인 반응은 이미 대학의 교육력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있는데 왜 별도의 사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냐는 의구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문제제기는 교육과학기술부 내부에도 많아 일차적으로 이들을 설득해야 했었습니다.”(배상훈 교수 발제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연구원 B)

반면 의전원 정책의 경우, 도입 초기부터 교육부 내부 관료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게 변기용 교수의 진단이다. 특히 의전원 도입이 청와대와 여당 등이 주도해 급하게 추진되면서 정책 수립과 집행의 주체인 관료들이 각자의 의구심을 해소하지도 못한 채 수동적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 편입됐다는 것이다. 의전원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5~2006년 교육부 관료로 의전원 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던 변기용 교수 개인의 입장을 발제문에서 확인하기는 쉽지 않지만, 관료 집단을 적극적인 행위자로 동원하지 못했다는 분석은 사실상 당시 변기용 교수 자신을 비롯한 동료 관료들의 처지를 대변하는 분석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의전원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했던 교육부 관료 4명을 면담한 결과를 보면 들러리 구실에 그친 관료들의 면면이 드러난다.

“…이 제도만 쑥 도입된 후에 들어와서 이것을 관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정책 대상자들이 이런 저런 불만들을 계속 얘기를 하고 하는데 굳이 이것을 왜 할까라는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요.”(변기용 교수 발제문, 피면담자 B)

대학입시 문제를 의전원으로 해결하려던 속내

교육문제 정치적으로 풀되, 교육 본질에 집중해야

■ 성패를 가르는 정치학3-정책목표 설정 제대로 했느냐

변기용 교수는 의전원 정책이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데서부터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었다고 지적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발표된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 기본계획’은 ⑴기술의가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도덕성을 갖춘 인술의 양성 ⑵의학교육전 교육 문제점 해소 ⑶의과학자 등 다양한 복합 학위 과정 개설을 위해 의학교육 단계를 대학원으로 상향 조정, 의과학자 양성 연구중심대학과 임상의사 양성 중심 진료중심대학 특성화 촉진 ⑷대학 입학 단계에서의 과도한 대학입학 경쟁 완화 ⑸고교 졸업 우수인재의 의대 집중 현상 막아 기초 학문 분야 보호 등을 정책목표로 들었다. 하지만 당시 교육부 관료들은 이들 가운데 정치권이 진짜 핵심 정책목표로 간주한 것은 의학 교육의 질 개선과는 무관한 ‘입시 과열 문제 해소’였다고 말했다.

“원래 [의전원] 논의가 시작된 배경 자체가 [이해찬 장관 때 운영되었던] 사교육 감축팀이었단 말이야. 그러니깐 [의전원]이 이제 대학입시 경쟁을 완화시키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지…그때 생각한 게 대학원이야. 기본적으로 사교육이 고교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쟁때문에 발생하는 거라고 봤고 그 경쟁을 대학원으로 늦추는 방법, 그런 식으로 접근한다. 그래서 이게 제일 경쟁이 심한 데가 스카이 대학, 그리고 전공으로 보면 법대, 의대. 스카이 대학 [진학 경쟁]을 없애는 방법은 그 세 대학을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만드는 것, 그 다음에 의대 법대를…전문대학원으로 만드는 것”(변기용 교수 발제문, 피면담자 B)

“정책 목적은 정책 문서 상에도 그 입시 문제가 명시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사실은 그게. 그게 가장 큰 목표 중에 하나였었다. 아마 다큐먼트 상으로는 그것이 부수적인 목적인 것처럼 기술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은 그거였어요.”(변기용 교수 발제문, 피면담자 A)

“종국적으로 정책 실패를 가져오는 이러한 정책문제 인식의 실패는 주로 어디에서 기인하는가?…1990년대 후반 이후에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정치권력의 적극적 개입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의제로 숙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정권 교체 등을 계기로(혹은 정권 임기 만료 전 시행을 위하여) 대통령의 힘을 업은 청와대 참모나 집권 여당 등 정치권이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쳐…실제로 정책화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변기용 교수 발제문)

직접적인 입시정책만이 입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입시문제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이라는 점에서 의전원 정책 등 다른 정책을 통한 우회로도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 의전원 정책도 마찬가지다. 의전원 정책이 나아가 입시문제까지 해소할 수 있으면 최선일 것이다. 다만 의전원 정책이 의학교육의 질 제고라는 본질적인 정책목표에 무게중심을 확실히 두고 실제 의사 양성 과정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에서 입시 문제 해결이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방식이어야 했다. ‘입시고통’을 해소하는 교육적인 과제가 진보·보수를 막론한 모든 정부의 정치적인 목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의전원 정책은 앞으로 대학 입시 문제 해결과 관련한 대책을 수립할 때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진명선 선임연구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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