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마다 연루
김은성(60)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은 김대중 정권 때 불거진 비리 사건에 단골처럼 등장했다. 벤처투자 열풍 속에 터져나온 이용호·정현준·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계속 제기됐고, 2001년 11월 사표를 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씨는 1971년 중앙정보부에 들어가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대전지부장과 정보학교 교수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때 요직인 대공정책실장과 국내 담당 차장을 맡았다. 정권교체로 인사 혜택을 누렸고, 김대중 정권의 실세인 ‘동교동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런 관계는 검찰의 진승현 게이트 수사 때 확인되기도 했다.
2000년 금융감독원은 엠시아이코리아의 진승현 부회장이 열린금고 등에서 2300억여원을 불법 대출받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진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2000년 9월 김씨가 신승남 당시 대검 차장 등을 찾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졌고, 검찰이 2001년 재수사를 했다.
김씨는 금융감독원 조사를 무마해달라는 명목으로 진씨로부터 5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5천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당시 동교동계의 맏형 격인 권노갑씨를 찾아가 진씨의 돈 5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권씨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권씨는 당시 특별한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지만 김씨는 수시로 그에게 정보보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도청으로 얻은 정보가 당시 여권 핵심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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