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강남구·서초구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들에 휴업령이 발동된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체온계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구청장, 2명 사망 날 중국 출장
일정 앞당겨 5일 귀국
의회의장, 유럽행 10일 일정 마쳐
서초구쪽 “출국때까진 괜찮다 판단”
일정 앞당겨 5일 귀국
의회의장, 유럽행 10일 일정 마쳐
서초구쪽 “출국때까진 괜찮다 판단”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되기 시작해 방역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던 시기에 중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서초구의 재난관리 주무팀장도 서초구의회 의장을 포함한 구의원 5명과 유럽 출장 중이었다.
9일 서초구와 구의회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구청장은 구 공무원 5명과 함께 지난 2일 중국 허난성을 방문했다가 일정을 앞당겨 5일 저녁 귀국했다. 허난성 소재 허비시와 문화·관광 분야 양해각서 체결, 소림사 무술단 초청 협의가 주요 출장 목적이었다.
지난 2일은 메르스 사망자가 2명으로 늘고, 감염자가 급증하던 때였다. 특히 이틀 뒤인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이 35번째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서초구 양재동 엘(L)타워에서 열린 1500여명 규모의 재건축조합 총회(5월30일)에 참석한 사실을 공개한 뒤 메르스 방역·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이에 5일 오전 11시 대책 마련을 위한 시장-구청장 연석회의를 서울시청에서 열었으나,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중국 출장 중인 조은희 구청장,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불참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구청장으로서 중요한 일정이었고 출국 때까진 가도 괜찮겠다는 판단이었다”며 “구청장은 35번 확진자의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 소식을 5일 아침 전해 듣고, 원래 예정되었던 소림사 무술단 초청 협의 등 5일 일정을 취소한 뒤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5일 저녁 8시30분에 귀국했다. 그날 밤 10시에 구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금까지 관내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 서초구청장을 견제할 구의회도 제구실을 못했다. 서초구의회 최병홍 의장(새누리당)은 동료 구의원 4명(새누리당 1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과 함께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8박10일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등 유럽 3개국을 ‘의회 공무국외연수’차 방문했다. 5명의 구의원을 수행하기 위해 서초구 도시안전과의 재난관리팀장이 포함된 시 공무원 5명(4명은 의회 공무원)이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국회든 지방의회든 세금으로 집행되는 의원 외국 출장에 의원과 동수의 공무원으로 일행이 꾸려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서초구의회 출장단은 1명당 450만원 안팎의 예산을 들여,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 오스트리아 빈 시청, 독일 뮌헨 재난구조청 등을 방문하고, 독일 베를린 장벽, 체코 프라하 하벨재래시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게트라이데 거리 등 관광 명소를 ‘시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해명을 듣기 위해 최병홍 의장 등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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