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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홍대 교수의 어이없는 기말고사

등록 2015-06-11 20:03수정 2015-06-12 10:05

부엉이바위서 떨어진 ‘IQ 69’ 노씨, 돈 떼먹은 홍어 판매자 대중
법대 영어 지문에 일베용어 등장…학생들 “노골적 비하” 항의
문제 낸 교수 “딱딱한 수업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교수법” 해명
앞서 부산대에선 ‘노무현 선거 조작 증거 찾기’ 과제 내 물의
홍익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시험 문제 지문.
홍익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시험 문제 지문.
‘일베 문화’가 대학 강단에까지 진출한 것일까. 지난 9일 홍익대 법대의 영미법 과목 기말시험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돈 떼먹은 흑산도 홍어 판매자’나 ‘부엉이바위에서 떨어진 지적장애인’에 비유한 문제가 출제돼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영어 지문으로 구성된 45개 문항 가운데 학생들이 ‘노골적인 비하 의도’라고 비판하는 문항은 3개다. 한 문항은 김 전 대통령을 ‘Dae Jung Deadbeat’이라고 표현했다. ‘데드비트’(deadbeat)는 빚을 떼먹으려는 사람, 게으름뱅이 등의 뜻을 지녔다. 이 문제에서 김 전 대통령은 ‘Mong’(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 돈을 빌리고 갚지 않은 인물로 묘사됐다. 김 전 대통령은 다른 문항에서는 ‘hong-o’(홍어)를 파는 ‘Black Mountain isle’(흑산도) 식당 주인으로 등장한다. 홍어는 일베 등 극우 성향 누리집에서 김 전 대통령이나 호남지역 사람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유는 한발 더 나갔다. ‘Roh’(노)라는 사람은 어릴 적 ‘owl rock’(부엉이바위)에서 떨어져 지능지수 69인 인물로 묘사됐다. 형 ‘Bongha prince’(봉하대군)는 동생에게 ‘물려받은 집을 내게 팔지 않으면 고아원에 보내겠다’고 협박해 매매계약을 받아낸다. 시험문제는 ‘노가 이 계약을 취소하고 싶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는다.

문제를 출제한 류병운(56) 교수는 11일 “홍어를 뜻하는 ‘raja kenojei’만 쓰면 학생들이 모를 것 같아 ‘hong-o’를 함께 써줬다. 실제로 김대중 대통령이 홍어를 좋아했기 때문에 특별히 나쁜 풍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을 지적장애인으로 묘사한 데 대해서는 “지능지수가 낮다는 것이 (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속에 함정을 파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대통령도 문항에서 묘사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비유 없이 건설업자로, 박근혜 대통령은 비유를 생략한 채 한차례만 등장시켰다.

이 학교 법과대 학생(22)은 “평소에도 정치적 의견 표시를 많이 하는 교수였는데, 이번 시험문제는 비판도 아니고 그저 비난이나 조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류 교수가 학생들과의 면담에서도 ‘업적도 있겠지만 김대중·노무현이 신도 아닌데 역사의 비판을 받아야 할 측면도 있다’고 하거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사과와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내 정치적 입장을 시험문제로 출제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딱딱한 수업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나의 교수법이다. 표현은 다소 손볼 수 있겠지만 교수법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다.

교수의 도를 넘은 정치 편향성은 최근 국립대인 부산대에서도 문제가 됐다. 이 대학 철학과 최우원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2002년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자료를 찾고 대법관 입장에서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평가하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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