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여성연구소·인권센터 포럼
강의중 수업과 무관 성적비유도
우월적 지위 이용한 성희롱 해당
강의실보다 연구실 등서 더 늘어나
강의중 수업과 무관 성적비유도
우월적 지위 이용한 성희롱 해당
강의실보다 연구실 등서 더 늘어나
올해 제자들을 성추행한 교수가 2명이나 파면된 서울대에서 ‘대학 캠퍼스의 권력형 성희롱·성폭력’을 주제로 학술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교수-학생 간에 발생하는 성폭력·성희롱 사건에는 ‘9가지 유형의 그림자’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서울대 여성연구소와 인권센터가 대학 내 아시아연구소에서 주최한 학술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선 박찬성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캠퍼스 성폭력·성희롱 사건은 발생 장소와 당사자들의 반응,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9가지 특징이 있다”고 했다.
박 전문위원은 ①사건은 강의실·연구실에서도 발생하고, 가해자는 ②이를 계기로 학교 밖에서의 사적 만남을 요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③가해 사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④사실관계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성적 의도는 없었다’ ‘친밀감 표현’ ‘농담’이라고 주장한다. 또 ⑤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⑥가해 교수에게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고 ⑦공포심에 이후 사건 해결에 비협조적이고 ⑧대학의 보호·배려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⑨광범위한 성폭력을 인지하고도 방관·묵인해 2차 피해를 키운다고 지적했다.
박 전문위원은 특히 “과거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주로 학외 유흥공간이나 수련회 숙박시설에서 발생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엔 강의실과 연구실 등 학내 공간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의 중 수업과 무관한 성적 비유를 하며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것도 ‘권력형 성희롱’에 포함된다. 강의실보다 폐쇄성이 높은 연구실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이 늘고 있다”고 했다.
신상숙 서울대 여성연구소 부소장 등의 전국 대학 실태조사 결과(2012년)를 보면, 학외 유흥공간(43건), 수련회 등 숙박시설(20건) 외에 도서관 등 학내 공공장소(22건), 강의실(15건), 연구실(11건)에서도 사건 발생 빈도가 높다.
배은경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주임교수는 “(캠퍼스 성폭력은) 과거에도 존재했던 문제가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분노만이 아니라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으로 살펴나가야 한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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