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낸 손해배상소송서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안했지만
잇단 판결로 국가·동아일보 면책
해직언론인 명예회복·배상 막아
“법 논리로 언론인 탄압에 면죄부 준 셈”
국가 배상 책임 인정 안했지만
잇단 판결로 국가·동아일보 면책
해직언론인 명예회복·배상 막아
“법 논리로 언론인 탄압에 면죄부 준 셈”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75년 <동아일보> 해직 사태를 유신정권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의 발표를 문제 삼아 동아일보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동아일보 주장대로 과거사위 결정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어 결과적으로 위법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더라도, 담당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과거사위가 결정을 공표하면서 (정권의 압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불과 18일 전인 지난달 29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가 동아일보가 낸 다른 소송에서 내린 결론과 다소 모순된다. 당시 대법원은 동아일보가 과거사위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정권 요구에 굴복해 기자들을 해직했다는 인과관계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며 과거사위 결정을 취소시켰다.
동아일보는 과거사위가 2008년, 해직 사태를 중앙정보부의 광고탄압에 굴복한 것으로 규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 회복 조처를 권고하자 이 소송들을 냈다. 대법원은 두 소송의 결론을 통해 과거사위 결정을 취소시키면서도, 당시 과거사위가 사건의 성격을 그렇게 규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배상 청구를 기각한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당시 해직언론인들의 단체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의 40년 싸움은 사실상 국가와 박정희 정권, 동아일보의 ‘승리’로 끝난 셈이 됐다. 동아일보는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농성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키고 기자 등 100여명을 해고한 것을 ‘경영상의 판단’으로 인정받은 셈이고, 국가도 그 책임을 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동아일보 해직언론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광고탄압과 해직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나아가 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애초 원심에서 시효 완성을 이유로 패소한 100여명 중 민주화운동 보상을 받지 않은 14명에 대해서만 파기환송한 바 있다. 그러나 해직 사태가 정권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지난달 대법원 판결 탓에 이들이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결국 대법원은 동아일보 해직 사태에 대한 3개의 판결로 해직언론인들의 명예회복과 배상의 길을 막아버렸고, 그나마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과거사위 결정조차 무력화시켰다. 이에 대해 조영선 변호사는 “법 논리로 언론인 탄압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평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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