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쪽 위원이 노동자위원에게 “나이도 어린 것이…”라며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들은 보도자료를 내어 “최저임금위원 자격이 없는 사용자위원은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자료를 보면, 사용자위원 중 한명인 박아무개 위원은 지난 23일 열린 최저임금위 6차 전원회의에서 “택시 노동자들은 잠을 잤는지 어디갔는지 모른다. 노동시간 통제가 어렵고 시급은 올라가서 진짜 어렵다. 당구 치러 가고 놀러가고…”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사용자위원들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박 위원 역시 이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노동자위원이 “어떻게 그런 노동자 폄훼 발언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서로 고성이 오가던 과정에서 박 위원이 해당 노동자위원에게 “나이도 어린 놈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노동자위원들의 주장이다.
노동자이원들은 박 위원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날 회의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사용자위원 쪽 간사가 유감을 나타내는 선에서 정리됐다고 한다.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공익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위상에 맞는 품위와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해당 위원의 몰상식한 발언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는 “공개된 보도자료 외에 공식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박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업자 입장에서 힘들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런데 노동자위원이 갑자기 ‘내뱉는다’는 표현을 써서 나도 언성을 좀 높이고 싸웠다”고 했다. 박 위원은 ‘나이도 어린 놈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했는지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을 시급으로만 고시할 것이 아니라 월급도 고시할지 여부, 업종별로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오는 25일 열리는 7차 전원회의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표결 처리하기로 잠정 결론지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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