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상가’ 신촌 밀리오레의 몰락
우후죽순 ‘분양형 호텔’도 전철 밟나
우후죽순 ‘분양형 호텔’도 전철 밟나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옛 경의선 신촌기차역 자리에 있는 민자역사 밀리오레에 영업중인 점포가 없어 황량한 모습이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기 시들해질 무렵 문 열어
민자역사와 무리한 계약에다
‘사기분양’ 소송까지 휘말려 최근엔 ‘분양형 호텔’ 붐
확정수익 약속 등 피해 재현 우려 이런 탓에 개점 초기부터 입점 상가는 전체의 30%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나마도 장사가 되지 않았다. 1층에 5개 구역을 분양받았다는 김아무개(57)씨는 “한때의 인기에 편승해 유동인구와 수익을 약속하며 마구잡이로 건물을 짓고 분양했던 관행이 빚은 비극”이라고 했다. 판결문 등을 보면, 성창에프앤디는 2004년 신촌역사와 민자역사 건물을 30년간 장기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신촌기차역을 비롯해 창동역·의정부역·왕십리역·청량리역 등이 속속 민자역사로 개발되고 있었다. 하지만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를 보면 신촌역사, 의정부역사, 경기 평택역사 등 민자역사 상당수가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동대문식 분양형 쇼핑몰 붐도, 민자역사의 인기도 지나간 자리에는 피해자들만 남았다. 신촌밀리오레 분양자들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하고도 분양대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성창에프앤디의 경영난 탓이다. 분양자 대표들은 27일 ‘신촌밀리오레 소송 채권단’을 꾸려 분양대금 반환과 채권 관리 등을 해갈 계획이다. ■ 이제는 ‘분양형 호텔’이라는데 요즘에는 유커를 겨냥한 분양형 호텔이 붐이다. 신촌밀리오레 같은 상황이 우후죽순 생겨난 분양형 호텔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양형 호텔도 분양형 쇼핑몰처럼 호텔을 객실 단위로 나눠 5000만~2억원씩에 분양하는 식이다. 일정 기간 10% 이상의 확정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 유커가 많이 찾는 제주도에서도 분양형 호텔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지난달 낸 ‘최근 제주지역 분양형 호텔의 급증 배경 및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2015년 이후 관광객 증가율이 둔화하며 관광호텔 객실 가동률이 2018년에는 67.2%까지 떨어질 수 있다. 시행사들이 제시하는 확정수익률을 개인투자자들이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 명동에서 분양형 호텔을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명동 주변 호텔 객실 수가 현재 짓는 것까지 합쳐 6000실은 된다. 분양형 호텔은 유커 붐이 꺼지는 순간 공급과잉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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