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2020년까지 ‘딱 5년만’ 활동한다는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가 출범한다. ‘만기’가 정해진 이 단체의 주요 활동은 요즘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카드뉴스 등으로 만들어져 전달된다. 5년 뒤에는 ‘거미줄처럼 얽힌 공동의 지혜가 발휘되는 장’을 약정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한다.
오는 7일 진보 콘텐츠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이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백승헌(52) 변호사(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전진한(41) 알권리연구소 소장 등이 여러 달 작업한 결과다.
백 변호사는 3일 “바꿈은 헌신과 희생으로 민주화를 이룬 기존 시민사회단체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 모델을, 조직의 성장보다 활동의 성장을 추구한다”고 했다. 5년이라는 활동 기한을 정해둔 것도 “조직 확대가 아니라 네트워크 확산에 역량을 쏟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단체들이 ‘점’이라면 바꿈은 그 점들을 모아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내는 ‘선’의 구실을 하려 한다. 그 선들이 하나둘 모여 거미줄처럼 얽히면 공동의 지혜가 펼쳐지는 ‘장’이 된다.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새로운 사회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꿈은 제각각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양질의 진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도 정작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외면당하는 현실을 바꿔보겠다고 한다. 어렵고, 불친절하고, 딱딱한 콘텐츠들을 그러모아 쉽고, 친절하고, 재미있게 바꿔 유통시키는 것이 목표다.
전 소장은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글로만 전달하면 대중들의 눈과 귀에 잘 꽂히지 않는다. 웹툰 ‘송곳’이 노동 문제를 보는 대중의 시각을 바꿔놓은 것처럼 우리는 영상팀, 만화팀, 인포그래픽팀 등을 꾸려 진보적 콘텐츠를 쉽고 재미있게 가공해 유통시킬 것”이라고 했다.
바꿈 누리집(change2020.org)에는 복지, 안전, 동북아평화, 정치개혁 등 웬만한 관심과 인내심 없이는 읽기 힘든 내용들이 재미있는 카드뉴스 형태로 만들어져 차곡차곡 쟁여져 있다. ‘28년간 71,626,533표. 선거에서 사라지는 표를 살려주세요’라는 카드뉴스를 열어보면 바꿈이 유통시키려는 진보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을 알 수 있다. ‘1등만 당선, 1등 표만 인정. 매번 선거에서 50% 의견은 존중받지 못한다’며, 13~19대 총선에서 ‘산 표’와 ‘죽은 표’를 한눈에 들어오는 막대그래프로 보여준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며 ‘비례대표제 확대, 득표율에 따른 의석 확보, 작은 이야기도 들어주는 작은 정치’를 강조한다. 이 카드뉴스의 원자료는 2011년 만들어진 ‘비례대표제포럼’으로부터 받아 바꿈 쪽이 가공했다.
단체 이름인 바꿈은 “우리 스스로도 바꾸고, 바꾸는 방식도 바꾸면서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을 위해 9명의 이사진은 연장자 중심을 탈피해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로 골고루 꾸렸다. 손우정 이사(성공회대 사회학 박사)는 “우리는 또 하나의 ‘참여연대’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여러 단체들의 윤활유, 나사못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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