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경찰서의 ‘경찰관 관심 골목길 표지판’(왼쪽)과 ‘담당 골목길 지도’. 동작경찰서 제공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 동작구 서달로 6가길 16번지에는 ‘김종철로 이정수길’이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 노들지구대 순찰3팀 김종철 팀장의 순찰구역이며 팀원인 이정수 경사가 이 골목의 치안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골목길 입구에는 이 경사의 얼굴 캐리커처와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힌 푯말도 있다.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차량 순찰이 어려운 좁은 골목길에 담당 경찰관 이름을 붙이는 ‘경찰관 관심 골목길’ 제도를 시작했다. 직접 순찰 도는 경찰관을 지정해 치안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관내 전 지역으로 확대한 ‘관심 골목길’은 모두 28개로 235곳이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 관내 원룸 건물 입구에도 담당 경찰관의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가 적힌 푯말이 있다. 구로경찰서는 2년 전부터 여성 1인가구가 많은 원룸에 ‘원룸 담당 경찰관’을 지정했다. 구로경찰서 구로3파출소는 1인당 관내 원룸 4~5개동씩 모두 102개동의 원룸을 맡고 있다.
이처럼 인적이 드물거나 여성 1인가구가 많아 치안을 더욱 신경써야 하는 지역에 책임자를 정하는 이른바 ‘치안 실명제’는 효과적일까. 해당 지역 주민들은 경찰관의 책임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동작구에서 홀로 사는 여성 박아무개씨는 “집 앞에 술집이 많아 자정 이후 112 신고를 많이 해봤는데, 보통 누가 신고를 받았는지 몰라 출동 전까지 불안했다. 담당 경찰에게 직접 전화한다면 더 안심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구로구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우리 건물을 꼭 집어 맡아준다는 점에서 든든하다”고 했다.
그러나 치안 실명제를 바라보는 경찰 내부의 시각은 엇갈렸다. 우선 경찰관의 실명이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동작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자들이 내 이름으로 경찰 행세를 할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고 했다. 이 경찰서의 다른 경찰관은 “주민들이 푯말 보고 실제 전화를 하기보다는 거의 112로 신고한다”며 제도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생활안전과장은 “실제 담당 경찰이 근무일이 아닌 비번일이나 휴무일에 시민들이 사무실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와도 담당 경찰과 바로 통화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 전시행정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서울의 한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경찰이 이름을 내건다는 것은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치안 실명제가 경찰 개인이 느끼는 부담은 크지만, 원치 않는 직원이 있다면 희망자부터 적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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