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은평터널 앞. 승용차가 차선을 바꿔 윤아무개(60)씨가 모는 개인택시 앞으로 끼어들었다. 윤씨는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그대로 승용차와 추돌했다. 윤씨는 “차선 변경을 잘못해 사고가 났다”며 승용차 운전자에게 보험금과 합의금을 받아냈다.
최근 관내에서 이와 비슷한 유형의 교통사고가 여러 건 접수되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윤씨를 내사하기 시작했다. 그의 교통사고 이력을 조회한 경찰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택시를 몰기 시작한 2002년부터 13년간 교통사고 건수가 무려 211건이나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금융감독원에 문의한 결과, 이 기간 동안 윤씨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통사고를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윤씨는 진로 변경 차량을 봐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들이받거나,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일부러 충돌하는 수법 등을 썼다고 한다. 또 녹음기를 차고 다니며 상대 운전자가 ‘고의로 사고 낸 것 아니냐’고 항의하면 이를 녹음해 모욕 또는 폭행 혐의로 고소하거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 사고가 난 택시를 바로 수리하지 않고 파손된 범퍼나 백미러 등을 끈이나 테이프로 붙이고 다니다가 다시 고의 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또 타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공소시효(7년)가 지난 고의 교통사고 건수를 제외하고도 105건에 달하는 혐의를 찾아냈다. 관악경찰서는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등 1억2000만원을 받아낸 혐의(상습사기)로 윤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