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특약점 점주들 뭉쳐
‘참조은협동조합’ 결실
“싼값에 물건 조달·납품”
‘참조은협동조합’ 결실
“싼값에 물건 조달·납품”
2013년 6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김진택 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농심협의회) 회장이 ‘경제민주화·민생살리기 입법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심특약점(대리점) 점주로 겪었던 ‘을’의 처지를 증언하다 눈물을 쏟았다. 무리한 매출목표를 정해두고 목표치의 80%를 달성할 때만 판매장려금을 주는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2년여가 흐른 지난달 27일 김씨는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그는 이날 같은 을의 처지였던 농심특약점 점주 6명과 유통업 협동조합인 ‘참조은협동조합’을 시작했다.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열린 협동조합 개업식에는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을의 고통을 호소해온 대리점·가맹점 점주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씨는 7일 “을 살리기 운동을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힘들게 시작했지만 ‘갑에 대한 고발 이후’가 없었다. 우리끼리 도우며 살아갈 방법을 찾다가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참조은협동조합은 생산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공정가격을 매기고, 이를 싼값에 다른 대리점과 소매점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다루는 상품은 식품부터 사무용품까지 다양하다. 김씨는 “생산업체와 일대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던 기존 대리점 구조에서는 업체의 불합리한 ‘갑질’을 그냥 받아들여야만 했다. 협동조합에는 노하우를 가진 여러 점주들이 모인 만큼 싼값에 물건을 조달하고 납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2013년 유통업계 곳곳에서 터져나온 갑을관계 논란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을들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농심협의회 외에도 아리따움 가맹점주, 유한킴벌리 대리점주 등이 ‘을 희망연대’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참조은협동조합은 ‘을 희망연대’와 사무실을 나눠 쓰고, 수익금 일부는 어려움에 처한 을들을 돕는 기금에 보탤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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