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법연행해 자백강요”
34년만에 보안법 위반혐의 벗어
34년만에 보안법 위반혐의 벗어
‘부림사건’ 피해자인 이호철(56)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벗었다.
부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최병률)는 9일 부림사건과 관련해 이 전 비서관이 청구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부산지역 민주세력을 말살하려고 1981년 9~10월 사회과학서적을 읽고 토론하던 학생과 회사원 등 19명을 구속영장도 없이 체포해 20일 이상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조작한 용공사건이다. 이 사건 핵심 피의자였던 이 전 비서관은 1982년 4월 구속됐고, 1983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다 같은 해 12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영장 등 적법 절차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피고인을 연행해 자백을 강요했다. 검찰의 진술서도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 작성되는 등 죄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될 수 없다. 국가보안법, 계엄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무죄·면소 판결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법원은 부림사건에 관련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호석(58)·노재열(56)·설동일(58)·이진걸(55)·최준영(62)씨 등 5명의 재심 사건에서 고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이어 지난해 9월 대법원도 고씨 등 5명의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고, 법원은 같은 해 12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모든 원심판결에 대해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이날 무죄 선고를 받은 이 전 비서관은 “33년이 지났지만 다시 무죄를 선고받아 기쁘다. 민주주의 가치가 후퇴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절에 과거 국가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감사하다. 검찰이 항소하면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림사건’으로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 사건을 계기로 인권변호사가 됐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가치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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