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61)씨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 초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 최우리 기자 ( ※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습니다. )
최저임금만큼 중요한 ‘노동시간’
서울 난곡초등학교에서 3년째 야간당직 경비 일을 하는 오한성(75)씨는 자신의 하루 노동시간이 정확히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매일 오후 4시30분에 출근해 이튿날 아침 8시30분까지 16시간을 학교에 머문다. 이 가운데 수면시간 4시간과 저녁·아침 식사시간 2시간을 빼도 10시간 남짓 학교 관리 업무를 하지만 실제 임금으로 계산되는 노동시간은 하루 5시간30분에 불과하다. 주말 근무의 경우 금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월요일 아침 8시30분까지 무려 64시간을 학교에 상주하지만, 임금이 지급되는 노동시간은 16시간30분(5시간30분×3일)뿐이다.
오씨는 14일 “올해부터 우리 같은 감시·단속직 노동자(경비 업무나 시설관리 등 간헐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100%를 보장받게 됐지만 근로시간이 실제 일한 시간보다 턱없이 적어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내년치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으로 ‘찔끔 인상’ 된 것을 두고 노동계 쪽 반발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경비·시설보수 업무에 종사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은 “제발 일한 시간만큼이라도 최저임금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감시단속직 노동자들 한숨
“최저임금 보장받으면 뭐하나
실제 일한 시간만큼 안 쳐줘”
일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
나머진 ‘휴게시간’ 처리된 탓
근기법도 명확한 규정 없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되는 서울지역 초·중·고 당직기사 21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중 19명이 평일 14시간 이상, 주말 63시간 이상을 학교에 머물고도 임금은 월 100만원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학교 상주시간 가운데 일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휴게시간’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에 간헐적 업무를 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경우 휴게시간을 산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휴식’과 ‘대기’의 애매한 경계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결정되는데 주로 1년 단위 재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 노동시간 인정을 적극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배동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서로 기준을 정하는데,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정한 근로계약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실정”이라고 했다. 오씨 역시 ‘하루 노동시간=5시간30분, 나머지는 휴게시간’이라고 쓰인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과 관련한 2006년 대법원 판례는 “경비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돼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만을 휴게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배 국장은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에 벌어진 사건·사고에 대해 노동자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또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는 등, 사실상 대부분의 휴게시간이 대기시간에 가깝지만 노동자 스스로 이를 증명해 정당한 임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최저임금 보장받으면 뭐하나
실제 일한 시간만큼 안 쳐줘”
일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
나머진 ‘휴게시간’ 처리된 탓
근기법도 명확한 규정 없어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감시·단속직으로 분류되는 서울지역 초·중·고 당직기사 21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중 19명이 평일 14시간 이상, 주말 63시간 이상을 학교에 머물고도 임금은 월 100만원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학교 상주시간 가운데 일부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임금을 받지 못하는 ‘휴게시간’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도 노동시간에 포함한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에 간헐적 업무를 하는 감시·단속직 노동자의 경우 휴게시간을 산정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휴식’과 ‘대기’의 애매한 경계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결정되는데 주로 1년 단위 재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 노동시간 인정을 적극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배동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휴게시간은 근로계약서로 기준을 정하는데,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정한 근로계약서를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실정”이라고 했다. 오씨 역시 ‘하루 노동시간=5시간30분, 나머지는 휴게시간’이라고 쓰인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과 관련한 2006년 대법원 판례는 “경비노동자들이 사용자의 지휘명령에서 완전히 해방돼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만을 휴게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배 국장은 “감시·단속직 노동자들의 ‘휴게시간’에 벌어진 사건·사고에 대해 노동자들의 책임을 묻고 있다. 또 근무지를 벗어날 수 없는 등, 사실상 대부분의 휴게시간이 대기시간에 가깝지만 노동자 스스로 이를 증명해 정당한 임금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