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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분 안되는 음료캔 ‘점자’…시각장애인 어찌하라고?

등록 2015-07-16 19:20수정 2015-07-16 23:34

콜라도 사이다도 모두 똑같아
업체들, 추가 제작 비용 꺼려
의약품은 점자 거의 없어 ‘위험’
대부분의 음료업체들은 캔 뚜껑의 ‘점자’를 제품명이 아닌 ‘음료’로 뭉뚱그려 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음료업체들은 캔 뚜껑의 ‘점자’를 제품명이 아닌 ‘음료’로 뭉뚱그려 표기하고 있다.
1급 시각장애인 노귀현(52)씨는 무더운 날씨에 음료수를 마시는 일이 늘었지만 매번 불편함을 느낀다. 음료캔 뚜껑에 돋을새김을 한 ‘점자’는 ‘음료’라고만 쓰여 있을 뿐 탄산음료인지 과일주스인지 이온음료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노씨는 “활동보조인이 24시간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집에 있을 때는 마셔보기 전까지는 이게 무슨 음료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일부 음료업체들은 몇년 전부터 맥주 등 주류와 음료를 구분하기 위해 음료캔 뚜껑에 점자를 새기고 있다. 하지만 제품명이 아닌 ‘음료’라고만 뭉뚱그려 표기하고 있어 시각장애인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다양한 맛의 수십 가지 음료제품이 시각장애인에게는 그저 ‘음료’ 하나일 뿐이다.

왜 고쳐지지 않는 것일까. 음료업체들은 비용과 자동화공정을 이유로 들었다. 2008년부터 점자를 새겨온 한 음료회사는 16일 “음료캔 뚜껑을 덮는 과정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자동화공정을 따른다. 개별 음료마다 다른 점자를 새기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팔도는 식혜 음료캔에 ‘음료’라는 점자 외에 ‘하트’ 모양의 점자를 추가했다.
팔도는 식혜 음료캔에 ‘음료’라는 점자 외에 ‘하트’ 모양의 점자를 추가했다.
반면 일부 업체는 제품 구분이 가능한 점자 표기가 어렵지 않다고 했다. 식품업체 팔도는 자사 식혜 음료캔에 ‘음료’라는 점자 외에 ‘하트’ 모양의 점자를 추가했다. 팔도 쪽은 “제품의 독자성을 위해 출시 때부터 하트 모양의 점자를 추가로 새겼는데 고객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국내 음료캔 제조 시장의 35%를 점유한 한 업체 관계자는 “캔 뚜껑을 찍는 금형을 추가로 제작하는 비용은 1000만원가량이다. 음료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1000만원만 더 들이면 시각장애인에게 정확한 음료 명칭을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모든 제품명을 점자화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가장 많이 팔리는 주력 제품만이라도 점자화하는 방법이 있다.

음료보다 시급한 것은 의약품의 점자 표기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2012년부터 의약품의 점자 표기를 추진하고 있지만 연고와 소화제 등 일부 제품군만 점자화가 이뤄졌다. 1급 시각장애인 황은녀씨는 “음료를 잘 못 먹으면 불편할 뿐이지만 의약품을 잘못 섭취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점자가 제공되는 의약품이 거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의 김훈 연구원은 “현재 20여개 의약품만 점자화가 돼 있을 뿐”이라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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