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개고기 판매로 유명한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에 간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이혜원(37) 정책국장(수의사)은 개목걸이를 한 황구를 발견했다. 주인이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내다 판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곳곳에서 한때 누군가의 반려견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개들이 눈에 띄었다. 그는 “예전에도 시베리안허스키나 골든레트리버처럼 반려견이 확실한 개들을 모란시장에서 본 적 있다”고 했다.
초복(13일)을 넘긴 견공들에게 중복(23일), 말복(8월12일)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여름철이면 가족 같은 반려견을 잃은 이들은 마음이 타들어간다. 최아무개(37)씨는 최근 반려견 ‘뭉치’를 잃어버린 뒤 인터넷에서 ‘잃어버린 개 찾는 방법’을 검색해 온갖 시도를 했다. 뭉치가 입던 옷을 근처 공원에 널기도 하고, 즐겨 먹던 사료를 집 주변에 놔두기도 했다. 뭉치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21일 “개 옷이나 음식으로 유인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집 나간 개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사고를 당하거나 누군가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원래 살던 동네를 떠돌지는 않는다”고 했다. 유경근 방배한강동물병원 원장은 “유기견보호센터부터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혜원 정책국장은 “정부 운영 동물보호관리시스템(animal.go.kr)에 잃어버린 장소, 시간, 사진, 품종, 성별, 특징을 서둘러 등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했다.
고양이 찾는 방법은 개와 다르다. 서정욱 지엔동물병원 원장은 “고양이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 강해 잃어버린 장소에서 다시 발견되기도 한다. 고양이 옷 널기나 사료 담아놓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는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 주변 지하실이나 창고 등 어두운 공간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종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로 동물등록제와 중성화수술을 권한다. 지난해 1월부터 태어난 지 3개월이 넘은 반려견은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을 하게 돼 있다. 내·외장형 무선식별장치를 삽입·부착하기 때문에 소유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 88만8000여마리가 등록돼 있다.
중성화수술은 논란이 없지 않지만 권장하는 편이다. 유 원장은 “개가 발정해 집을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정책국장도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전립선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기준 유기동물 수를 8만1147마리로 집계했다. 개가 5만9180마리(72.9%), 고양이는 2만966마리(25.8%)다. 유기동물의 ‘운명’은 분양(31.4%), 자연사(23%), 안락사(22.7%)가 대부분이었다.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경우는 13%뿐이다.
김미향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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