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신축빌라 500만원이면 입주” 솔깃한 분양 유혹 뒤에는…

등록 2015-07-23 20:12수정 2015-07-24 01:35

아파트 분양 홍보 펼침막.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아파트 분양 홍보 펼침막.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출 많이 받게 분양금액 부풀려
허위계약서로 64명에 ‘초과대출’
브로커·신협직원 등 일당 적발

분양받은 사람 중 ‘원금상환 0명’
집 경매 넘어가 신불자 된 이도
‘실입주금 ○○○만원부터’.

신축 빌라가 들어선 곳마다 걸려 있는 분양 플래카드는 당장 목돈이 없어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전세난 속에 아파트 전셋값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신축 빌라에 세입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들에게 ‘불법 초과대출’을 해준 브로커들이 적발됐다. 분양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입주금’만 내고 나머지 집값은 모두 대출받도록 했는데, 갚을 능력을 초과한 빚을 진 이들은 결국 집을 날리거나 신용불량자가 됐다.

2013년 김아무개씨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신축 빌라를 2억200만원에 분양받았다. 실제 감정가로는 최대 9400만원까지만 담보대출이 가능했지만,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브로커 송아무개(33)씨는 실입주금을 낮추기 위해 집값을 2억5000만원으로 뻥튀기한 분양계약서를 위조한 뒤 담보대출 한도를 1억2800만원까지 끌어올렸다. 집주인이 된 김씨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빌라는 경매 절차에 들어갔고, 김씨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재빈)는 금융기관 직원과 짜고 허위 분양계약서를 만들어 초과대출을 받게 해준 혐의(사기) 등으로 송씨 등 브로커 4명, 이들과 공모해 64차례에 걸쳐 12억원을 초과 대출해주고 사례금을 챙긴 신용협동조합 직원 유아무개(40)씨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브로커들이 법무사·변호사 사무장 행세를 할 수 있도록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챙긴 국아무개(43) 변호사와 임아무개(51)씨 등 법무사 8명, 브로커들과 공모한 분양대행업체 대표 박아무개(4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초과대출이 이뤄진 64건의 신축 빌라들은 실제 분양대금이 1억5000만~2억5000만원인데, 입주자들은 불과 1400만~4500만원의 실입주금만 내고 나머지는 모두 대출금으로 충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64건의 초과대출자 중에 원금 상환기간 안에 상환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빌라 두 채는 경매로 넘어갔고 대출자는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입주금 500만원만 있으면 나머지는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유혹하는 곳이 많다. 미분양으로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분양하려는 건축주·분양대행업체, 대출 실적을 올리려는 금융기관 직원,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돈을 챙긴 변호사·법무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결국 서민과 부실 대출을 껴안은 금융기관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난에 내몰려 신축 빌라 등으로 내 집 장만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주로 주택 매매 경험이 없거나 소득이 취약한 젊은층·서민층이 많다. 자산가치 이상의 과도한 대출을 받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대출을 받을 때는 분양계약서에 본인이 직접 도장을 찍고 계약서 내용에 따라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