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보험증서 꼼꼼히 확인하거나 문의했어야”
보험설계사가 보험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가입자가 보험증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 책임도 상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윤강열)는 수영장을 운영하는 이아무개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3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의 청구에 대해 일부 승소 판결했지만, 이씨의 과실 비율을 70%로 산정하고 청구 금액의 30%만 인정한 셈이다.
이씨는 2012년 다른 수영장 운영자한테 “강습생이 사고를 당해 보상금 5억원에 합의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보험금을 올리기로 했다. 당시 가입된 보험 조건은 ‘1인당 3000만원, 1사고당 3억원’이었는데, 이씨는 이를 5억원으로 늘려달라고 보험사에 요구했다. 보험설계사는 ‘1인당 5000만원, 1사고당 5억원’으로 보험금을 올린 뒤, ‘1인당 5000만원’이라는 내용은 빼고 “보상한도액을 5억원으로 늘렸다”고만 설명했다.
보험금 증액 6개월 뒤 이씨의 수영장에서도 강습생이 다이빙을 하다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목 아래가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가 물어줄 보상액으로 6억5000만원이 산정됐다. 그런데 보험금은 1인당 한도에 묶여 5000만원이 고작이었다. 이에 이씨는 4억5000만원을 더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설계사가 보험 조건을 정확히 설명했다면 이씨가 다른 보험회사를 통해서라도 1인당 보상한도액 5억원의 보험에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 쪽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씨도 보험증서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보장 내용을 문의했다면 1인당 보상한도가 5000만원인 점을 알고 손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며 “이씨의 과실 비율을 70%로 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