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열린 김수행 서울대 교수의 정년퇴임식.
“마음이 아프다. ‘<자본론>, 어려운 거 아니다. 결국은 인간답게 살자는 것’이라는 선생님 말씀을 아직도 마음에 새기고 있다.”
성공회대 졸업생 김용진(27·사회과학부 08학번)씨는 5년 전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자본론 강독’ 수업을 청강했다. 대학원 수업이었지만 김 교수는 관심 있는 학부생들에게 흔쾌히 강의실을 열어놨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해물탕집에 모인 수강생 20여명에게 술잔을 채워준 김 교수는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답게 살자”는 건배사를 했다. 김씨는 “수십년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분석한 학자가 결국 인간을 말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가 김 교수를 ‘결국 사람을 이야기하는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이유다.
김 교수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대학과 대중 강연에서 만났던 학생·시민들과 책을 읽어온 독자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은 1982년 새내기 시절 강사였던 김 교수 수업을 듣고, 늦깎이 대학생으로 복학한 1998년 다시 한번 김 교수의 교양수업을 들었다. 그는 낯설고 막막한 시절에 김 교수에게서 받은 ‘무뚝뚝한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기억했다. 은 의원은 “수업을 들으면서 따로 인사 한번 못 드렸는데, 시험 성적표를 나눠주시며 ‘제군들 은수미라는 여러분 대선배가 옥고를 치르고 복학해 이번 시험 최고 성적을 거뒀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말씀해주신 기억이 있다. 이후 박사학위까지 공부하는 데 큰 버팀목이 됐다”고 했다.
이송희일 영화감독은 트위터에 “유일하게 밑줄 긋던 어떤 시대의 책… 그게 김수행 교수님 번역서였다. 별이 떨어졌고, 상실이 크다. 밑줄의 반복만큼 빚진 마음이 크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김수행 선생 덕택에 마르크스, 맑스, 막스 어떤 이름이든 우리가 제도권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flyhendrixfly), “김수행 교수가 돌아가셨구나… 그분이 쓴 <정치경제학 원론>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명쾌함이란…”(@pinkgamza) 등의 글로 김 교수를 추모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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