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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일 초등생 ‘삐뚤빼뚤 그림 펜팔’…“서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어요”

등록 2015-08-02 20:05수정 2015-08-02 22:16

한-일 초등학생들이 주고받은 그림편지. 서울 삼양초교 최정후군이 그린 ‘내가 생각하는 8월15일’(왼쪽)과 일본 효고현 이자소학교 사이토 아유가 그린 ‘친구야, 안녕!’ 배성호 삼양초 교사 제공
한-일 초등학생들이 주고받은 그림편지. 서울 삼양초교 최정후군이 그린 ‘내가 생각하는 8월15일’(왼쪽)과 일본 효고현 이자소학교 사이토 아유가 그린 ‘친구야, 안녕!’ 배성호 삼양초 교사 제공
배성호 교사 제안으로 지난 5년간
일본 소학교와 두세달마다 교류
8·15 같은 역사적 주제도 함께나눠
“우린 친구” “편지 오면 가슴뛰어”
80여점 일부 천안독립기념관 전시
“아이들끼리 그림편지를 교류하게 하면 어떨지요?”

일본 효고현 야부에 있는 요카(팔록)소학교의 요시다 히로하루 교사는 2011년 8월 한국에서 열린 한-일 교류 학술회의에서 특별한 제안을 받았다. 배성호 서울 삼양초등학교 교사가 “두 나라의 어린이들이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학생들끼리 편지를 교류하자”고 한 것이다. 흔쾌히 응한 요시다는 다음달 학생들과 그림편지를 만들어 한국에 첫번째 편지를 띄웠다. 그렇게 5년간 이어진 ‘평화의 편지’ 교류가 시작됐다.

두 교사는 ‘전통음식’이나 ‘장래의 꿈’처럼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두세 달에 한 번씩 학생들에게 그림편지를 주고받도록 했다. 편지가 쌓여 가면서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내가 생각하는 8월15일’, ‘내가 생각하는 평화’ 같은 역사적 주제까지 다루게 됐다. 두 교사의 ‘편지 열정’은 시간이 흐르고 학교가 바뀌어도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림만 그리던 학생들은 상대국의 언어를 배워 서툰 솜씨로 편지에 녹였다. 삼양초 6학년 강산군은 “일본 사람들은 모두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편지를 주고받으며 편견임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이들의 그림편지는 어른들의 역사인식보다 성숙했다. ‘내가 생각하는 8월15일’이란 주제를 마주한 삼양초 6학년 최정후군은 도화지의 반을 갈라 왼쪽엔 과거, 오른쪽엔 미래의 모습을 그렸다. 왼쪽에는 70년 전 8월15일 한국은 독립, 일본은 패전을 경험한 상반된 상황을 묘사했다. 그러나 오른쪽에는 과거를 잊고 지구 위에 함께 손잡은 한·일 어린이들을 그렸다. “우리는 친구!”라는 말도 적었다. 효고현 이자소학교의 사이토 아유의 그림도 비슷했다. 두 어린이가 태극기와 일장기 앞에서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그림이다. 그림에는 일본어로 ‘도모다치’(친구)라고 쓰여 있었다.

요시다 교사는 “지난해 제자들에게 ‘한국 학생과 그림편지를 교류한 소감이 어떠냐’고 물으니, 이제 갓 9~10살 된 학생들이 ‘한국에서 그림편지가 도착하면 가슴이 뛰며 즐거웠다’, ‘처음에 한국인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림편지를 보니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았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놓인 과제들을 일일이 따지기에 앞서 어린 시절부터 서로 마음이 통하는 즐거운 경험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5년 동안 쌓인 어린이들의 그림편지 800여점 가운데 80여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두 교사가 처음 만난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전시되고 있다. 배 교사는 “보통 한·일 양국 문제가 어른들 간에 많이 논의되는데, 그 가운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끼리 친구처럼 친해지면 두 나라의 문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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