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박수진 양 (수사본부 041-621-4455 제보 홈페이지 sujin.sunmoon.ac.kr)
안경·옷가지 내던져진 채 갑자기 실종된 딸 2년째
여고1년 박수진양 ‘의문의 실종’ 가족들 애가 탄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이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10일 박철근씨는 <한겨레>와 통화하면서 여러 차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10월9일 딸 수진(당시 16세·고1)양이 실종된 뒤 박씨 가족은 웃음을 잃었다.
토요일 수업을 마친 딸은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고 텔레비전 방송 끝자락 애국가가 흘러 나오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은커녕 휴대전화도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박씨는 거실에서 집 밖에서 서성이며 애타고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다 못해 수화기를 들고 112를 눌렀다.
“저희 딸이 고등학생인데요. 어젯밤 집에 안 들어왔어요. 이럴 아이가 아닌데…”
#경찰수사1
박수진양 사건은 여느 가출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탐문과 수색이 신속하게 뒤따랐다. 수진양이 가출하거나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 적이 없는데다 신고 당일 낮에 천안시 성정동 골목길에서 책가방과 신발, 교복 등 옷가지와 안경이 발견되자 ‘납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골목길이 물기와 흙이 거의 없는데도 교복의 등과 어깨 쪽에 흙이 묻고 일부 옷가지는 물에 젖은 점, 수진양의 시력이 0.3으로 좋지 않은데 안경까지 버려진 점, 또 유류품이 달리는 차량 등에서 내던져진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족모습1 경찰이 딸의 행적을 찾는 동안 수진양 부모는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엄마, 집에 안들어간 거 잘못했어’라며 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았다. 딸이 집에 안들어와 부모에게 혼날까봐 집 밖을 배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과 학교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갔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니 ‘지옥’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경찰수사2 경찰은 수사 3일째인 지난해 10월 13일 비공개수사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기자와 가족에게 탐문 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의 탐문 내용은 수진양이 9일 낮 12시20분께 수업을 마치고 하교했으며, 오후 2시30분께 천안 신부동 백화점 건너편의 애견센터 주변과 오후 3시20분께 학교운동장 주변 벤치에 앉아 있던 것을 본 목격자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것으로 끝이었다. 60여건의 제보는 확인 결과 모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진양의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조사했지만 실종 전날 어머니와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실종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던 지난해 11월 천안에서는 수진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아무개양이 귀가하다 피살당하고 또 다른 여고생도 피습당하는 등 여고생 상대 범죄가 잇따르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카더라’는 괴소문들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25일 베테랑 형사들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어 사건들을 재검토했지만 수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지금도 수사하고 있지만 수진양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당시 학교 운동장 벤치 주변에서 발견된 감 4개까지도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했지만 수진양을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가족모습2 “지난 5일은 수진이의 17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케이크에 촛불이라도 밝히고 수진이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빌고 싶었지만 수진이 동생과 집사람의 슬픔이 더 클 것 같아 책상에 꽃 한송이도 못 올려 놓았습니다.” 박철근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 속으로 수진이를 떠올리며 ‘잘 있는지’ 묻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는 말로 아버지의 애끓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동안 수진양 부모는 애타는 심경을 담아 전단지 10만여장을 만들어 나눠 주고 수진양 제보 홈페이지를 여는 등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결정적인 소식은 없는 상태다. 홈페이지를 처음 열었을 때는 아는 이들과 언론보도를 보고 찾은 이들로 방문객이 2만5000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진이 친구나 같은 처지의 실종자 모임 회원 등 일부 사람들만 “힘내라. 소원하면 이뤄진다”며 위로하는 글이 가끔 올라올 뿐이다. 지난 4월께 홈페이지로 ‘수진이를 데리고 오겠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허위 제보로 알려져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가족들은 수진양 얘기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일부러 안 한다는 느낌이 들 때면 가슴이 저민단다. 박씨는 “일에 빠져 잊어 보려고도 하지만 잠시 잊으면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이 든다”며 “수진이 또래 아이들의 교복만 봐도 눈물이 나고, 체격이 비슷한 아이를 볼 때면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지키는 차원에서 실종자를 찾는 전국망을 꾸려야 합니다. 또 초등학생보다는 청소년들의 가출·실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실종아동보호법 적용 대상을 만14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그는 “보고 싶은 딸, 사랑하는 딸이 세상에서 잊혀지는 게 가슴 아프다”며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곧 직장에서 장기 휴가를 얻어 딸을 찾아 길 떠날 작정”이라고 말했다. 수진양은 157㎝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며 시력이 극히 안좋고, 곱슬머리에 왼손잡이다. 성격은 내성적이다. 수사본부 (041)621-4455. 박수진양 제보 홈페이지 sujin.sunmoon.ac.kr 대전/<한겨레> 사회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박수진양 사건은 여느 가출 사건과는 달리 경찰의 탐문과 수색이 신속하게 뒤따랐다. 수진양이 가출하거나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다닌 적이 없는데다 신고 당일 낮에 천안시 성정동 골목길에서 책가방과 신발, 교복 등 옷가지와 안경이 발견되자 ‘납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골목길이 물기와 흙이 거의 없는데도 교복의 등과 어깨 쪽에 흙이 묻고 일부 옷가지는 물에 젖은 점, 수진양의 시력이 0.3으로 좋지 않은데 안경까지 버려진 점, 또 유류품이 달리는 차량 등에서 내던져진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족모습1 경찰이 딸의 행적을 찾는 동안 수진양 부모는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엄마, 집에 안들어간 거 잘못했어’라며 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았다. 딸이 집에 안들어와 부모에게 혼날까봐 집 밖을 배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과 학교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갔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니 ‘지옥’에서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경찰수사2 경찰은 수사 3일째인 지난해 10월 13일 비공개수사에서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기자와 가족에게 탐문 내용을 설명했다. 경찰의 탐문 내용은 수진양이 9일 낮 12시20분께 수업을 마치고 하교했으며, 오후 2시30분께 천안 신부동 백화점 건너편의 애견센터 주변과 오후 3시20분께 학교운동장 주변 벤치에 앉아 있던 것을 본 목격자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것으로 끝이었다. 60여건의 제보는 확인 결과 모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진양의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조사했지만 실종 전날 어머니와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실종 수사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던 지난해 11월 천안에서는 수진양과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아무개양이 귀가하다 피살당하고 또 다른 여고생도 피습당하는 등 여고생 상대 범죄가 잇따르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카더라’는 괴소문들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25일 베테랑 형사들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어 사건들을 재검토했지만 수사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경찰은 지금도 수사하고 있지만 수진양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당시 학교 운동장 벤치 주변에서 발견된 감 4개까지도 실종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정도로 철저하게 수사했지만 수진양을 찾지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가족모습2 “지난 5일은 수진이의 17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케이크에 촛불이라도 밝히고 수진이가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빌고 싶었지만 수진이 동생과 집사람의 슬픔이 더 클 것 같아 책상에 꽃 한송이도 못 올려 놓았습니다.” 박철근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마음 속으로 수진이를 떠올리며 ‘잘 있는지’ 묻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는 말로 아버지의 애끓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동안 수진양 부모는 애타는 심경을 담아 전단지 10만여장을 만들어 나눠 주고 수진양 제보 홈페이지를 여는 등 딸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결정적인 소식은 없는 상태다. 홈페이지를 처음 열었을 때는 아는 이들과 언론보도를 보고 찾은 이들로 방문객이 2만5000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진이 친구나 같은 처지의 실종자 모임 회원 등 일부 사람들만 “힘내라. 소원하면 이뤄진다”며 위로하는 글이 가끔 올라올 뿐이다. 지난 4월께 홈페이지로 ‘수진이를 데리고 오겠다’는 제보가 있었으나 허위 제보로 알려져 가족들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가족들은 수진양 얘기를 의식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일부러 안 한다는 느낌이 들 때면 가슴이 저민단다. 박씨는 “일에 빠져 잊어 보려고도 하지만 잠시 잊으면 죄를 지었다는 죄책감이 든다”며 “수진이 또래 아이들의 교복만 봐도 눈물이 나고, 체격이 비슷한 아이를 볼 때면 마치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지키는 차원에서 실종자를 찾는 전국망을 꾸려야 합니다. 또 초등학생보다는 청소년들의 가출·실종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실종아동보호법 적용 대상을 만14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그는 “보고 싶은 딸, 사랑하는 딸이 세상에서 잊혀지는 게 가슴 아프다”며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곧 직장에서 장기 휴가를 얻어 딸을 찾아 길 떠날 작정”이라고 말했다. 수진양은 157㎝의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이며 시력이 극히 안좋고, 곱슬머리에 왼손잡이다. 성격은 내성적이다. 수사본부 (041)621-4455. 박수진양 제보 홈페이지 sujin.sunmoon.ac.kr 대전/<한겨레> 사회부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