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변호사 724명, 윤후덕 사퇴 촉구
김태원 의원 아들도
정부멉무공단에 특혜채용 의혹
김태원 의원 아들도
정부멉무공단에 특혜채용 의혹
법조계가 때아닌 ‘음서제’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국회의원 등 유력자의 법조인 자녀가 부모의 후광을 배경으로 대기업 등에 취업했다는 의혹이 연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변호사시험에 대한 불신과 급증하는 변호사 수, 법조계의 불황 등이 얽혀 한국 사회의 고질인 ‘연줄문화’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나승철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5명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변호사 724명의 이름으로 “로스쿨 출신 딸을 위한 취업 청탁,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윤 의원의 행동은 국회의원이 지위를 남용해 직위의 취득을 알선하는 것으로 마땅히 징계받아야 한다”며 “로스쿨 도입 뒤 고관대작의 자녀들이 입학과 취업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윤 의원은 자녀를 대기업 변호사로 취직시키려고 직접 청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둔 엘지디스플레이에서 변호사 채용공고를 내자, 한상범 대표에게 전화해 자신의 딸이 응시한 사실을 알리고 취업을 부탁한 것이다. 윤 의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딸이 사직하도록 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17일에는 김태환 변호사 등 법조인 572명이 정부법무공단을 상대로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 아들 채용과 관련한 서류심사 및 면접자료’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로스쿨 1기 출신인 김 의원의 아들은 고등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러크)을 할 때인 2013년 정부법무공단 변호사 선발에 응모해 채용됐다. 정부법무공단이 응모 자격을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에서 ‘사법연수원 수료자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법조경력자’로 바꿔 김 의원 아들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손범규 당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이 김 의원과 18대 국회에서 고양시 덕양갑과 덕양을에 나란히 당선된 사이여서 의혹이 짙어졌다.
일련의 의혹 제기와 반발 움직임에는 좁은 취업문을 청탁으로 뚫으려는 ‘유력자’들이 많다는 인식과 함께 법률시장의 불황 심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 변호사가 2만명을 넘었고, 해마다 로스쿨과 사시를 통해 새로운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국회의원이나 로스쿨 교수의 자녀가 로스쿨에 상대적으로 쉽게 입학하는 등 학교에서 임의로 법률가를 뽑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법무공단은 18일 낸 해명자료에서 김 의원 아들의 채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 (김씨) 채용을 위해 응모 자격을 변경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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