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파발 검문소서 총기사고
“나빼고 간식먹으면 쏜다” 격발
“안전장치 있는줄 알았는데 실탄”
한달만에 또…경찰 총기관리 구멍
“나빼고 간식먹으면 쏜다” 격발
“안전장치 있는줄 알았는데 실탄”
한달만에 또…경찰 총기관리 구멍
경찰관이 검문소에서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 실탄을 발사해 의경이 숨졌다. 총기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북한의 포격으로 경계 강화에 나선 검문소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찰의 총기 관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25일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박아무개 경위가 쏜 실탄에 박아무개 상경이 가슴을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 상경은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5시께 검문소 내무반에 들어간 박 경위가 마침 간식을 먹고 있던 의경들에게 “너희들끼리만 먹으면 총으로 쏜다”며 장난 삼아 경찰조끼에 품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격발했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원형 탄창의 첫 칸은 비워놓고 두번째 칸은 공포탄, 세번째 칸에는 실탄을 넣어놨고, 당연히 안전장치가 잠겨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장비관리규칙은 “1탄은 공포탄, 2탄 이하는 실탄을 장전한다”고 정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오발 사고를 막기 위해 아예 ‘1탄’을 비워둔다. 특히 38구경 권총 방아쇠에는 경찰에서 자체 제작한 ‘안전고무’를 끼워 방아쇠가 쉽게 당겨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실탄이 발사됐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나도 공포탄을 실수로 발사한 적이 있다. 38구경 권총은 쉽게 발사되는데, 실수로 안전고무를 빼놓거나 장전한 탄환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경찰서의 경찰관은 “총을 떨어뜨려 총알이 권총에서 분리됐는데 다시 집어넣다가 공포탄과 실탄의 순서를 헷갈려 바꿔 집어넣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경찰에서는 한 달 전에도 총기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황아무개 경위가 탈의실에서 38구경 권총을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