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이 사용하는 스미스앤드웨슨(S&W) 모델 10 권총. 스미스앤드웨슨 누리집 갈무리
총기 오발로 의경을 숨지게 한 경찰관이 26년 경력에도 총기를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서울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생활실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를 조사하는 은평경찰서는 검문소 감독관 박아무개(54) 경위가 근무 때 사용해온 38구경 권총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6일 밝혔다. 박 경위는 “원형 탄창의 12시 방향 첫 칸은 비워놓고 둘째 칸(2시 방향)은 공포탄, 셋째 칸에는 실탄을 넣어놓아서 아무것도 발사되지 않을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나갔다”고 진술했다.
이 진술 내용은 실제 리볼버 권총 사용법과 다르다. 원형 탄창에 탄환 6발을 넣는 38구경 권총은 방아쇠를 당기기 전 12시 방향이 아니라 2시 방향 약실에 있던 탄환이 발사된다. 방아쇠를 당기면 원형 탄창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2시 방향 탄환이 총열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서울 은평구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에서 발생한 총기 오발사고로 의경 1명이 사망한 사고 현장. 2015.8.25 연합
그러나 박 경위는 경찰 조사를 받기 전까지 이를 몰랐다고 한다. 사고 당일, 권총이 규정대로 장전돼 있었어도 공포탄을 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박 경위는 장전 상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원래 6시 방향 약실에 들어 있어야 맞는 탄환이 발사된 것으로 조사됐다.
26년 경력의 경찰관조차 권총 작동 방식을 몰랐다는 것은 경찰의 총기 관리 문제점도 드러내준다. ‘경찰 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분기·반기마다 한 차례 권총의 사용 요건과 안전수칙을 교육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검문소를 관할하는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총기 사용에 대해 별도 교육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과거 2~3차례 동료에게 권총을 겨누는 장난을 쳤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박 경위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한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업무상 과실치사로 판단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다. 지휘 책임이 있는 경찰은 이 사건에서 손을 떼고 검찰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승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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