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65살 초과땐 해지’ 조항탓에
30년 일터 떠나게 된 임차인 한숨
대학쪽 “수십년간 수의계약 영업
언제까지 계약 보장 할수는 없어”
30년 일터 떠나게 된 임차인 한숨
대학쪽 “수십년간 수의계약 영업
언제까지 계약 보장 할수는 없어”
65살. 서울 신촌동 연세대 대우관에서 30년째 복사실을 운영해온 나길환(65)씨는 이달 말 원치 않는 은퇴를 해야 한다. 2년 단위 임대차 계약을 맺어온 연세대가 만 65살을 계약 해지 사유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 조건에 ‘나이’가 들어가는 일은 흔하지 않다.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의 임영희 사무국장은 “많은 계약서를 봤지만 나이를 이유로 임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처음 듣는다. 건물주가 나이가 많다며 임차 상인을 내보내는 셈”이라고 했다.
연세대는 이 조항을 왜 만들었을까?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계약특수조건의 계약 해지 사유로 ‘을의 연령이 만 65세를 초과했을 때’라는 내용이 있다. 이 조항은 4년 전에 생겼다. 연세대 총무처 관계자는 “수십년간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영업을 이어온 복사실 사장님들에게 언제까지 계약 보장을 할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당장 해지하면 충격이 있으니 나이 제한 조항을 둬 일종의 유예기간을 주는 식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나씨는 “당시 누가 봐도 불리한 조항이라고 항의했지만 재계약을 하려면 어쩔 수 없어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나씨의 복사실은 지난 6일 연세대 생활협동조합이 진행한 경쟁입찰에 매물로 나왔다. 생협은 낙찰자에게 2년4개월 동안만 복사실 운영을 보장하고, 같은 사람이 5년 이상은 못 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월 임대료 88만원을 내던 방식도 총매출 가운데 낙찰자가 제시한 수수료를 내는 형태로 바뀐다. 나씨는 “학교 입장에서는 수익이 늘겠지만, 운영자에게는 부담이 되고 이 때문에 학생들 복사비도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생협 관계자는 “복사비는 생협과 협의해 적정선에서 결정하게 돼 있어 복사비가 자의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씨는 생협이 운영하는 교내 다른 복사실들에 견줘 장당 10원 싸게 복사비를 받아왔다.
30년 일터를 떠나는 나씨는 ‘인연’이 끝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학생들 덕에 먹고살았다. 감사한 마음에 3년 동안 모아 1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학교를 떠나고 감사한 마음이 잊히는 것이 가장 속상하다”고 했다.
방준호 최우리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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