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홍혜걸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대학병원 인턴 실형 선고에 “피해 여성도 10% 과실” 페북에 글
누리꾼들 “자녀가 같은 피해 당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비판
누리꾼들 “자녀가 같은 피해 당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냐” 비판
의사 출신 방송인 홍혜걸(48)씨가 소개팅에 나갔다가 알몸 촬영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을 두고 “처음 만난 사이에 술에 취해 잠이든 여성도 잘못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만약 홍씨의 자녀가 같은 피해를 당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겠냐”며 “이렇게 삐뚤어진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 피해자가 가해자 취급받는 세상”이라면서 분노했다.
홍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관련 링크 바로가기 )에 ‘술 취해 잠든 소개팅女 알몸 촬영한 대학병원 인턴에 실형’이라는 <조선닷컴>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한 대학병원 인턴 의사가 소개팅으로 만난 여성의 알몸 등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친구들에게 배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링크한 기사 위로 적은 글에 “인격적으로 성숙한 성인 남녀가 만나는 방식이 참으로 가볍고 초라하다. 사진 찍어 돌린 남자가 90% 잘못한 것이지만 처음 만난 사이에 술에 취해 잠이 든 여성도 10%의 잘못은 있어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남성은 직업이 의사라는 이유로 새로 생긴 법에 따라 면허정지 등 형사상 처벌이 가중된다. 남의 이야기 할게 아니라 대학 간 둘째 녀석부터 단단히 가르쳐야겠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홍씨는 글을 삭제한 뒤 사과 글을 올렸다.
홍씨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얼마 전 페북에 올린 제 글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페북이 열린 공간이란 걸 망각하고 피해 여성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습니다”라며 “피해 여성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용서를 구합니다. 아울러 제 글로 마음 상하신 분들께도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홍혜걸씨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의사’ 남자가 처음 본 여자의 알몸을 찍은 후 지인들에게 넘기는 게 더 문제다” (danr***), “당신이 의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에 술취한 여성 환자가 가서 그 중 한 번은 알몸 사진을 찍어서 세상에 노출한다면 어디 무서워서 그 병원에 갈 수 있겠습니까?” (yavas***) 라는 댓글을 남겼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는 ‘홍혜걸의 일그러진 사회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인 풀갤럽(cityan****)은 글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술을 먹고 저지르면 정상 참작을 받을 수도 있고, 이제 앞으로는 술을 먹고 범죄를 당해도 가해자에게 10%의 감형을 해줘야 하나보다”라며 “(가해 남성의) 술에 대해 그렇게 관대하면서도 여성의 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또 음주 운전은 강하게 처벌을 한다. 법에 일관성이 없다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홍혜걸씨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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