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의 강의와 과제에 항의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박성민 부산대 총학생회 사무국장.
학생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통령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으라는 과제를 내 논란이 일었던 부산대 최우원 철학과 교수의 2학기 수업이 모두 폐강됐다. 최 교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세 과목의 수업을 열어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정원 미달로 모든 수업이 열리지 못하게 됐다.
1일 부산대 학생동아리 대학혁신연구소의 설명을 들어보면, 최 교수가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려고 했던 수업은 교양 과목인 ‘문명, 종교, 역사창조와 인간’과 전공 선택 과목인 ‘생명과 의료의 윤리’였다. 하지만 두 과목은 최저 수강인원 기준인 25명을 채우지 못했다. 대학원 수업인 ‘논문 연구’는 수강 신청 인원이 없어 폐강됐다. 부산대는 대학원의 경우 최저 수강인원 기준인 10명을 채우지 못할 경우 폐강된다.
앞서 최 교수는 6월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전자개표기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2002년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아 대법관 입장에서 판결문을 쓰라’는 과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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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논란이 커지자 부산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했지만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대 대학혁신연구소 이정훈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 측이 최우원 교수의 진상조사위원회 논의 결과를 교수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징계위원회 결과는 학생들의 알권리와 학습권을 위해 모두 알아야 할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와 달리,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시험 지문으로 출제해 파문을 일으킨 홍익대 류병운 교수는 2학기에도 강의를 진행한다.
류 교수는 6월 기말고사 문제 지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의 영문 표기를 ‘Dae Jung Dedbeat(게으름뱅이, 사회낙오자)’로 기술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Roh(노무현 대통령의 성의 영어식 표기)’가 ‘Owl Rock(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아이큐 69의 저능아라는 대목도 있었다.
(▶관련 기사 : ‘노, 부엉이 바위서 떨어져 IQ 69’…홍대 교수, ‘황당’ 기말고사)
홍익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8일 수강신청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라는 제목의 웹 게시물을 만들어 류 교수가 일으킨 논란을 학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류 교수가 개설한 국제거래법, 법제사, 국제경제법 등 세 과목은 2학기에 예정대로 강의가 진행된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는 6월, 최 교수와 류 교수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소하고, 부산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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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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