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전국기자협회 회원들이 ‘일베 수습 임용 결사 반대 KBS 협회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그러나 결국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수습사원은 채용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방송>(KBS)은 1일 자사 채용 누리집에 2015년 신입 직원 공개 채용 요강을 올려 “방송법 제5조에 비추어 ‘공영방송인으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기에 그 자질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입사 이전 행위가 있던 경우 최종 합격 또는 입사 후에라도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올해 처음 생긴 것이다.
신설된 조항을 두고 최근 논란이 된 ‘일베 기자’ 임용 관련해 같은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해당 조항 대로라면, 지역 감정 및 여성 차별 등을 조장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오는 일간 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유사한 활동을 한 경우 임용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5조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명시한 조항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 존중, 국민 화합과 조화로운 국가 발전 및 민주적 여론 형성 이바지, 지역간·세대간·계층간·성별간 갈등 조장 금지, 타인의 명예 훼손 및 권리 침해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일베 기자 논란은 지난 1월 케이비에스 내부 게시판에 해당 기자가 입사 전 일베 게시판에 올린 여성 비하 글을 익명의 내부 구성원이 퍼나르며 시작됐다. 이후 이 기자가 일베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계속 알려지면서, 케이비에스 안팎에서 임용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케이비에스 여기자회·여성회, 직능단체, 노조 등이 잇달아 성명서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임용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내부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케이비에스는 지난 3월 해당 기자를 정사원(일반직 4직급)으로 채용하고 정책기획본부 남북교류협력단에 배치했다. 당시 케이비에스는 “입사 전 행위로 임용을 취소하기 힘들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비에스 관계자는 2일 “갈등 조장 또는 명예훼손 등 공영방송인으로서 자질에 부적합한 행위에 대한 원칙적인 방지 조항이지 일베 기자 채용 논란을 의식한 조처는 아니다”며 “입사 지원자들의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조사할지 등 구체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