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범죄자DNA DB 구축 초부터
가족·친척도 검색가능한 기능 탑재
사실상 ‘DNA 연좌제’ 우려
DB 관리위원회도 부계 입력 검토
검찰 “수사에 활용한 적 없다” 해명
가족·친척도 검색가능한 기능 탑재
사실상 ‘DNA 연좌제’ 우려
DB 관리위원회도 부계 입력 검토
검찰 “수사에 활용한 적 없다” 해명
‘디엔에이(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이 2010년 7월 시행될 때부터 검찰이 관리하는 ‘수형인 디엔에이 데이터베이스(DB)’에 ‘가족 검색’ 기능이 탑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디엔에이법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범죄 현장에서 확보한 디엔에이가 디비에 등록된 범죄자의 것과 일치하는지를 따지는 ‘일대일 동일인 판독’ 방식만 허용한다. 그런데 가족 검색은 디비에서 일치하는 디엔에이를 찾지 못했을 때, 범죄 현장의 디엔에이와 일치율이 높은 기존 범죄자의 가족·친척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검색하는 ‘일 대 다수 판독’ 방식에 해당한다. 가족 중에 전과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가 전체가 수사기관의 의심을 받는 ‘디엔에이 연좌제’가 현실화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검찰은 디엔에이 디비를 처음 구축한 5년 전부터 가족 검색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다. 특히 대검찰청은 2012년 시작한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 디비 시스템 고도화’ 용역을 통해 가족 검색의 정확도를 높이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정보’(Y-STR)를 입력할 수 있는 기능도 새로 만들었다.
그러나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디엔에이 가족 검색에 의한 수사는 강력범죄가 빈번한 미국에서도 제한적으로만 허용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개인정보 자문기구도 2012년 “디엔에이를 활용한 가족 검색은 현재 구축된 디엔에이 디비의 본래 목적을 벗어난 신기술로 간주되어야 한다”며 가족 검색을 위해선 별도의 입법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 과학수사부 담당자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디엔에이 디비 검색 기능을 벤치마킹하면서 가족 검색 기능이 설치됐고, 2012년 시스템 고도화 과정을 통해 기능을 추가한 것일 뿐이다. 가족 검색 기능을 실제 수사에 활용한 적은 없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 담당자는 “사회적 합의 없이 가족 검색 기능을 만들었다는 비판은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범죄자 디엔에이 디비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디엔에이 디비 관리위원회가 최근까지 일가 남성들이 공유하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정보를 디비에 입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온 사실도 확인됐다. 남성과 여성 유전자가 섞이기 쉬운 성범죄 등에서 남성만 보유하는 유전자정보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가령 범죄 현장에서 ‘ㄱ’이라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정보를 확보한 뒤 범죄자 디엔에이 디비에서 동일한 유전자정보를 가진 남성을 찾았다면, 이 사람의 일가 친척 중 남성(할아버지부터 사촌까지)들은 모두 용의자가 될 수 있다. 범죄 현장이 서울이고 일가 남성 10명 중 서울 연고자가 3명이라면 용의자는 이들 3명으로 다시 좁혀진다. 결국 디엔에이 디비에 등록된 범죄자의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현행법상 디엔에이 디비에는 ‘유전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개인 식별을 위해 필요한 사항’만 입력할 수 있다.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정보 입력은 위법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토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대검 과학수사부 담당자는 “동일 부계혈족 유전자정보 입력은 검토 수준이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검찰에서 검토해보니 법률적 문제 등이 많아서, 이런 내용을 디비 관리위원회에도 전달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보인권단체들은 ‘설치는 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 ‘검토만 했을 뿐이다’라는 수사기관의 해명을 곧이듣지 못한다고 했다. 수사 편의를 위한 ‘디엔에이의 유혹’을 버텨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가족 검색 시스템이 이미 있는데, 그 유혹을 수사기관들이 이겨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가족 검색 기능을 사회적 토론 없이 구축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과학기술학 박사)은 “가족 검색은 디비에 저장된 특정인의 무고한 가족들이 평생 유전자 감시를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사회적 논의 없이 디엔에이 디비를 확장하려는 수사기관의 편의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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