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부실수사탓 자살·타살 규명불가”
대법, 유족에 ‘위자료 3억’ 확정 판결
대법, 유족에 ‘위자료 3억’ 확정 판결
1980년대 대표적 군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원근 일병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허 일병이 소속 부대원 등 다른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렇다고 허 일병이 스스로 소총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단정해 타살 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워진 것은 당시 군 당국의 현장조사가 면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당시 헌병대가 허 일병이 M16 소총으로 3발을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가능한지 등 충분히 타살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허 일병의 사망이 타살인지 자살인지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게 됐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조치는 정당하다”고 했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 당국은 자살로 발표했지만,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허 일병이 타살됐으며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허 일병의 유족은 2007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됐다고 판단해 국가가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013년 8월 항소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자살로 숨졌다며 부실수사에 따른 위자료 3억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