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게이오대 동문’ 프랑스 디드로대 교수 공개 서한
“백혈병 피해자에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가서야”
“백혈병 피해자에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다가서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일본 게이오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함께 한 폴 조뱅 프랑스 디드로대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14일 이 부회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조뱅 교수는 편지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로 가기 : 편지 전문)
조뱅 교수는 유학시절 인상 깊었던 이 부회장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는 편지글에서 “재용씨가 일본어 사전을 찾아가며 매번 주의 깊게 수업 준비를 하던 모습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서 “교실에서 토론을 할 때 명료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하고 반짝이는 의견을 냈다”고 적었다. 이어 “재용씨는 친절하기도 하고 공정하면서도 다가서기 쉬운 사람이었다”고 썼다.
이 부회장과 얽힌 또 다른 일화도 소개됐다. 조뱅 교수는 “재용씨에게 ‘장학금을 신청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 본 적이 있는데 재용씨가 ‘필요 없다’며 웃음으로 얼버무린 기억이 난다”면서 “나중에 다른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아들을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이어 “재용씨는 누군가의 아들로서만이 아니라 이미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재용씨의 동급생이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뱅 교수는 삼성이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와 관련해 진지하고 투명하게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글에서 “재용씨의 회사에서 젊은 나이에 백혈병에 걸려 죽어간 직원들의 유족들에게 재용씨네 회사(삼성전자)가 어떤 식으로 대하고 있는지 언론을 통해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삼성전자가 협상을 받아들인 것은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줬다”며 “젊은 시절 그토록 공정하고 총명하고 친절한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었으니 피해자들에게 정당하고 윤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힘쓰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조뱅 교수는 마지막으로 “재용씨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없어 누리집에 공개된 삼성 회사 메일로 보냈다”면서 “재용씨가 읽을 가능성을 높이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편지 내용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1992년 한국에서 학부(서울대 동양사학)를 마친 뒤 1995년까지 일본 게이오대 경영대학원(MBA)에서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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