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4조 날린 ‘MB 자원외교’ 책임지는 이 없다.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이 3대 에너지 공기업 전직 사장 가운데 2명을 재판에 넘기며 6개월에 걸친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천억원대 국고 손실을 끼친 ‘묻지마 투자’를 단죄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수사가 애초 자원외교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전 정권 실세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쪽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회사에 224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김신종(65)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옷다. 2010년 경남기업이 보유한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 지분을 적정가보다 212억원 비싸게 사들이고, 같은해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된 양양 철광 재개발 사업에 12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를 4조원에 인수해 4000억원 정도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로 7월에 구속 기소된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이어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번째 전직 공기업 사장이다. 검찰은 캐나다 가스광구 부실 인수 의혹을 받았던 주강수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이 합리적 가치 평가와 검증을 통해 투자를 결정했는지에 따라 배임 혐의 적용 여부를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은 여당 국회의원이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청탁을 받고 니켈광 사업의 경남기업 보유 지분을 비싸게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 전 사장은 당시 실무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경남기업이 기존 투자한 금액의 25%(73억원)로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으며, 경남기업의 기존 투자금 100%(285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전 사장 역시 회사 안팎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무리한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 전 사장은 복수의 자문사를 통해 가스광구 매장량과 경제성을 평가하고, 지분 매입 가격의 기준인 가스값 역시 공신력 있는 기관들의 예측치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배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배임을 한 ‘동기’를 설명하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원개발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였고, 공기업은 국정과제를 성실히 이행했는지를 가지고 기관평가를 받는 입장이었다. 수사의 귀결은 당시 주무부처(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의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다. 검찰은 최 부총리를 한차례 서면조사하는 것으로 공기업 사장단의 ‘윗선’ 조사를 마무리했다.
수사의 첫 대상인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역시 오점으로 남는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로 한 4월9일 성 전 회장은 ‘표적수사’라고 주장하며 금품 로비 명단을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이 일로 동력을 잃은 검찰은 반쪽짜리 수사로 사건을 매듭짓게 된 셈이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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