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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격경쟁 내몰리는 ‘변호사 2만명 시대’…보수 깎여도 말 못하는 변호사들

등록 2015-09-17 20:12수정 2015-09-18 10:36

서울 서초동 한 건물에 있는 6.6㎡ 넓이의 ‘쪽방 변호사 사무실.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 서초동 한 건물에 있는 6.6㎡ 넓이의 ‘쪽방 변호사 사무실. 한겨레 자료 사진
캠코, 고문변호사 64명 계약 맺고
채권 연장소송에 건당 ‘13만원’ 약속
‘지급명령신청’ 맡기며 8만원 깎아
“불이익 받을까 이의제기 힘들어”
의뢰인이 애초 계약보다 대폭 깎은 보수를 일방 통보해도 맞대응은커녕 냉가슴만 앓는 처지가 됐다. ‘2만명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변호사 사회의 살풍경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5월 64명의 변호사·법무법인과 국민행복기금 채무자들의 만기가 다가오는 채권 시효를 연장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기로 하고 고문변호사 계약을 맺었다. 보수는 건당 13만원으로 책정했다. 1인당 월평균 100건 정도 맡는 간단한 사건들로, 법정에 출석해야 할 일도 별로 없어 보수는 낮아도 맡으려는 변호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캠코는 지난 3일 변호사들에게 ‘계약사항 변경 안내’라는 전자우편을 보내 보수를 건당 5만원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채권 시효 연장은 기존 본안소송보다 더 간단한 ‘지급명령 신청’으로 할 수도 있는데 변호사들에게 지급명령 신청을 맡길 테니 그 대신 보수를 낮추겠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지급명령 사건은 원래 법무사나 캠코 직원들이 맡아왔는데, 지난해 말 법 개정으로 변호사만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기존 소송에 견주어 지급명령 사건의 업무 부담도 만만찮은데 이렇게 보수를 마구 깎을 수 있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기존 소송도 법정에 출석하는 비율은 10% 정도였다. 지급명령 신청으로 주소가 확인되지 않으면 주소 보정 신청을 하는 등 오히려 실무 업무가 늘어났다”고 했다.

게다가 캠코에서 지난 4일 변호사·담당 직원들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할 거 제대로 안 하면 채찍을 따르게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캠코는 “변호사들이 변론기일에 불참해 패소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며 “계약 당시 지급명령 보수는 추후 변경 가능하다는 것을 통보했었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건당 13만원에 월 100건 정도 주겠다고 해 사무실 규모도 늘리고 직원도 뽑았다”며 “불이익을 받을까봐 섣불리 이의 제기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5만원을 받으면 지방변호사회 경유증표에 1만원을 써야 해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한 10년차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이 어려워 한 건이라도 더 수임하려고 애쓰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캠코가 변호사 시장이 어려운 걸 아니까 이렇게 보수를 낮춰도 변호사들이 계속 수임을 할 거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했다.

변호사 사회에서는 신청 사건 하나당 몇만원씩만 받는 것을 시장법칙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열악해진 환경이 반영된 것이라며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변호사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1인당 수임 사건은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집계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11년 2.8건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9건까지 떨어졌다. 대법원이 지난 7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라고 선언한 것도 변호사들은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작은 로펌은 착수금을 적게 받는 대신 재판 결과에 따라 성공보수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왔다. 하지만 성공보수금을 못 받게 되면서 착수금을 올리자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수임 사건이 점점 더 줄고 있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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