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나마 520명 중 231명에 불과
전환 대상 제외 289명 가운데
88명은 55살 ‘고령자’라는 이유
전환 대상 제외 289명 가운데
88명은 55살 ‘고령자’라는 이유
서울대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하는 ㄱ씨는 1994년 2월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됐다. 20년 넘게 상시·지속적 업무를 해왔지만, 서울대는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된 뒤에도 그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주지 않았다. 이 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넘게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한다. 서울대는 지난달에야 ㄱ씨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이마저도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총장은 물론 단과대학·대학원·연구시설 기관장도 채용 권한을 가진 서울대의 고용 구조가 비정규직 양산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서울대에서 받은 ‘비정규직 인원 현황 상세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최근 비정규직 차별 논란이 커진 서울대는 학내 기간제 노동자들의 구체적 채용 실태 등을 밝히지 않아왔다.
분석 자료를 보면, 서울대 전체 비정규직 801명(간접고용 제외) 가운데 상시근로 인력이 520명에 달하지만, 앞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2017년)은 231명(44.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처럼 법정 기한을 넘겨서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않은 대상자도 48명에 달한다.
비정규직 801명 중 766명(95.6%)은 서울대 총장이 아닌 각 기관장이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서울대 법인화 뒤 직원 채용 권한은 총장에게 있지만, 실제로는 각 기관장이 알아서 하고 있다. 총장이 대학 전체 채용과 근로조건을 관리하지 않다 보니 마구잡이 비정규직 채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289명 중 88명은 ‘고령자’가 이유였다. 초단시간 근로자, 박사학위 소지자, 전문 자격증 소지자 등 10여가지에 이르는 무기계약직 전환 제외 사유 중 고령을 이유로 제외된 88명은 대부분 미화·경비직 종사자들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의 고령자 기준은 55살이다. 연구업무 종사자 64명도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 빠졌지만, 이 중에도 계약 기간이 2년을 초과한 이들이 19명이나 됐다. 2008년 2월부터 7년 넘게 일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대 비정규직 공동대책위원회의 이용우 변호사는 “일반 사업체라면 (비정규직 채용과 관련한) 최소한의 교통정리라도 했을 텐데 너무 방만하게 법을 벗어나 운용해왔다. 서울대는 대학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적 사례로,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서울대 비정규직 보호법 위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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