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홋카이도에서 숨진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이 70년 만인 18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한 부관훼리 하마유호에서 내려져 입국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유골은 지난 11일 홋카이도를 출발해 도쿄·교토·히로시마·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이날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8일 아침 8시49분 부산 동구 초량동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안 복도. 한·일 시민단체가 만든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부관훼리 ‘하마유호’에서 위패와 함께 유골 115위를 모시고 나왔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홋카이도에 끌려간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골들이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유골은 흰 천으로 감싼 나무상자 18개에 나뉘어 모셔져 있었다.
앞서 유골은 지난 11일 훗카이도를 출발해 도쿄·교토·히로시마·야마구치·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이날 부산에 도착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산에서 관부연락선(1905년부터 1945년까지 부산항~시모노세키항 정기여객선)을 타고 훗카이도까지 끌려갔던 뱃길을 되돌아왔다.
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도노히라 요시히코(69)는 “희생된 분들이 돌아오는 데 70년이 걸렸다. 정말 죄송하다. 유골 봉환이 두 나라가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봉환을 이끈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아직 많은 희생자들이 남아 있지만, 한·일 양국 국경이 너무 높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유골 봉환은 양국 민간단체의 협력 덕분이다. 양국 정부는 2008~2010년 도쿄에 있던 조선인 군인·군속의 유골 423위를 봉환한 뒤 손을 놓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유골을 모시고 관부연락선이 출발했던 곳인 부산 중구 수미르공원에서 진혼제를 열었다. 1944년 훗카이도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숨진 김익중씨의 조카 김경수(65)씨는 “2004년 삼촌의 유골을 처음 뵙고 집으로 모셔오는 데 11년이 걸렸다.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의 사죄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원회는 이날 저녁 유골을 서울 중구 성공회성당에 임시 안치한 뒤 19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합동장례식을 치르고 20일 오전 11시 경기 파주 서울시립묘지 납골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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