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부산 동구 부산국제여객터미널로 훗카이도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이 70년 만에 귀환해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번에 한국으로 봉환되는 유골 115구는 혼간지 삿포르 병원에 합골된 유골 중 한국 출신자 71구, 아사지노 일본 육군비행장 건설 희생자 발굴 유골 중 34구,비바이 탄광 주변 죠코 에 안치된 한국 출신 유골 6구, 슈마리나이 우류댐 건설공사 희생자 발굴 유골 중 4구다. 부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8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로 ‘귀환’
양국 정부 손놓은 채 민간단체가 나서
19일 저녁 서울광장 장례식
20일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
양국 정부 손놓은 채 민간단체가 나서
19일 저녁 서울광장 장례식
20일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
일제강점기 때 일본 홋카이도에 끌려갔던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의 유골 115위가 부산항을 통해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일 양국 정부가 아닌 양국 민간단체의 협력 덕분이다.
18일 아침 8시49분 부산 동구 초량동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2층 입국장 안의 복도.
한·일 시민단체가 만든 ‘강제노동 희생자 추모 및 유골 귀향 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부관훼리의 ‘하마유호’에서 강제징용 희생자의 위패와 함께 유골 115위를 모시고 나왔다. 유골은 흰 천으로 감싼 18개의 나무 상자에 나뉘어 모셔져 있었다.
앞서 유골은 지난 11일 훗카이도 후카가와시의 사찰인 일승사(이치조지)를 출발해 도쿄·교토·히로시마·야마구치·시모노세키 등을 거쳐 이날 부산에 도착했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산에서 관부연락선을 타고 훗카이도까지 끌려갔던 뱃길을 거꾸로 되돌아간 것이다.
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도노히라 요시히코(69)는 “희생된 분들이 돌아오는데 70년이 걸렸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죄했다. 이어 그는 “일본에선 집단적 자위권 법안이 참의원 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유골 봉환이 두 나라의 화해와 평화의 길로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원회 공동대표인 정병호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과)는 “우리나라에서조차 잊혀져가던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봉환하는데 18년이나 걸렸다. 양국 정부의 노력을 기대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직접 나섰다. 아직 많은 희생자들이 남아 있지만, 국경의 벽이 너무 높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일 양국 정부는 2008~2010년 도쿄 우천사에 모셔져 있던 조선인 군인·군속의 유골 423위를 봉환한 뒤 후속 작업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추진위원회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 앞에서 유골 맞이굿을 한 뒤 부산 중구 수미르공원으로 유골을 옮겨 진혼제를 열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때 관부연락선이 출발했던 곳으로 강제징용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본 고국 땅이다.
진혼제에는 유족 등 한·일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42년 전북 고창군의 집에서 끌려간 뒤 44년 훗카이도에서 강제노동을 하다 숨진 김익중씨의 조카 김경수(65)씨는 “2004년 삼촌의 유골을 처음 뵙고, 집으로 모셔오는데 11년이 걸렸다. 추진위원회가 나서지 않았다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어 유감이다. 일본 정부와 관련 기업의 사죄와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골은 이날 서울 중구 성공회성당에 임시 안치된 뒤 19일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 장례식을 한 뒤 20일 경기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된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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