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보인권연구소’ 23일 출범
국내에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지 21년이 지났다. 1996년 전자주민증 반대운동부터 최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까지 국가와 기업의 정보인권 침해 문제에 대응해온 국내 정보인권운동도 비슷한 나이가 됐다.
현안을 좇는 정보인권운동에서 기술 연구와 시민 교육, 국제 연대를 통한 지속적 대응을 목표로 하는 ‘정보인권연구소’가 23일 출범한다. 정보인권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내 첫 연구소다.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보인권 관련 사안별로 열심히 대응해왔지만 국정원 해킹 의혹이나 카카오톡 불법 사찰 같은 충격적인 일조차 금세 잊히는 게 현실이다. 지속적으로 논의를 주도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다”고 연구소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정보인권은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이 나올 때마다 그 개념과 영역도 급속히 바뀐다.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공공성 확보와 정보인권 보호를 위해 어떤 법과 제도가 필요한지를 알기 위해선 지속적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연구소를 설립한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이 교수는 “정보인권 문제는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 정보 프라이버시, 디지털 정보 접근권, 망 중립성 보호 등 굉장히 다차원적이다. 현재는 수입된 이론들을 논의하는 수준인데, 앞으로는 연구소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정보인권을 정리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기술 발전 속도에 견줘 정보인권에 대한 국내 논의 수준은 한참 뒤처져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 풀이 넓지 않은 것이 문제다. 치안의 필요와 편리함을 앞세워 인권을 침해하는 정보 도구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지만 어느 수준까지 우리가 합의할 수 있는지조차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학술 연구 외에 ‘정보인권 가이드’와 ‘정보보안 가이드’ 등을 통한 시민 교육, 외국 정보인권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이 교수는 “시민 모두의 문제인 만큼 정보인권을 우리 사회 공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고 했다.
연구소는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로에 있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 안에 차려졌다. 23일에는 ‘디지털 압수수색과 정보인권’을 주제로 창립 토론회가 열린다.
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