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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대 용역직 31%는 ‘중년 미혼’…노조 “단체 미팅 좀”

등록 2015-09-22 21:23수정 2015-09-23 11:17

지난 2000년 서울대 교정에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40대 이상의 서울대 설비 노동자들 가운데 31%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지난 2000년 서울대 교정에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학생들의 펼침막이 걸려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40대 이상의 서울대 설비 노동자들 가운데 31%가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 실태 조사
123명 중 39명 결혼 경험 없어
월급 160만원 비정규직 고용불안
“결혼·연애, 10여년 전 포기”
노조 “싱글 여성들 직장 어디 없소”
오죽하면 노동조합이 단체 미팅까지 추진하고 나섰을까.

서울대에서 기계·전기 설비를 다루는 용역직 노동자들 중에는 유독 미혼 중년이 많다. 서울대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에서 조사해보니 40대 이상 조합원 123명 중 무려 39명(31%)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조합원 81명 가운데 결혼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17명(21%)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평균 5%(2010년)의 4배다.

조합원 ㅇ(45)씨의 월급 실수령액은 160만원 정도다. 보험·적금 등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꾼다. 지난봄 지인한테서 맞선 제안이 들어왔지만 여자 쪽에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덜컥 학자금 걱정부터 들었다. ‘내 월급으론 어렵겠다’ 싶어 만나보지도 않고 거절했다고 한다. ㅇ씨는 “이런 생활비로 데이트 비용도 어렵지 않겠냐”고 했다. ㅇ씨의 마지막 연애는 10년 전 35살 때라고 한다. 당시 상대는 ㅇ씨가 슬쩍 결혼 얘기를 꺼내자 부담스럽다며 떠나갔다고 한다.

ㅎ(47)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대 근처 고시원에서 13년째 살고 있다. 17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으면 고시원비로 30만원을 내고 식비로 30만~40만원을 쓴다. 저축은 전혀 못 한다. 외로울 때 동료들과 술 한잔 하는 것이 전부다. ㅎ씨는 “연애나 결혼은 30대 후반에 완전히 포기했다”고 했다. 3년 전 ‘그래도 한번 찾아보라’는 말을 끝으로 어머니도 더 이상 결혼 압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팍팍한 살림에다 ‘내년엔 재계약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젊을 때도 결혼은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ㅎ씨는 “이젠 기회가 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 유일한 기대라면 월급이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결혼 적령기라는 서른살 안팎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ㅇ씨는 “대학생 땐 인기도 많았는데 30대 이후로 사회생활이 잘 안 풀렸다. 그 시기를 놓치고 나니 소득도 오르지 않고 결혼도 멀어졌다”고 했다.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ㅇ씨와 ㅎ씨의 1년 근속수당은 6000원에 불과하다. 10년 근무해도 6만원을 더 받는 정도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혼인동향과 혼인이행 분석’ 보고서를 보면, 비정규직 남성의 결혼 가능성은 정규직 남성의 84.1% 수준이다. 보고서를 쓴 이상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직업과 경제력은 매우 중요한 성혼 요인인데, 이 요인들의 결정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낮은 용역직·비정규직의 혼인은 더욱 힘들 것”이라고 했다.

김재일 서울대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장은 22일 “평소 내색하지 않던 동료들이 술자리에서 고용 불안 때문에 결혼이 안된다는 속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안타깝다”고 했다. 김 분회장은 조합원들의 단체 미팅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년배 싱글 여성’이 많은 직장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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