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의 제설자재창고에서 지난 17일 이탈리아 축제 ‘비아레조 카니발’ 관계자들과 가평주민들이 새달 3~4일 ‘까르네발레 가평’ 축제에 사용할 6~7m 크기의 인형을 만들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경기도 가평군이 음악과 생활연극을 통한 ‘방문자 경제’ 프로젝트에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 음악에 이어 생활연극을 활성화해 방문객 소비를 늘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가평군은 새달 3~4일 ‘까르네발레(카니발) 가평’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 열리는 ‘10분의 2 어설픈 연극제’에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국내 처음으로 거대 인형 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기 때문이다.
거대 인형은 버려진 종이와 고철 등을 이용해 6~7m 크기로 3개를 제작중이다. 캐릭터는 조선 선조 때 가평군수를 지낸 ‘명필’ 한석봉 선생과 이탈리아 동화 속 주인공 피노키오 등으로 커다란 얼굴에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움직이고 손발을 흔들기도 해 마치 살아 있는 거인 같은 느낌을 준다. 주민 500여명이 독창적인 마스크(탈)와 화려한 의상을 입고 거대 인형과 함께 퍼레이드에 나서며 관람객도 행렬에 참가할 수 있다.
이 축제는 142년 전통의 이탈리아의 ‘비아레조 카니발’을 본떴다. 비아레조 카니발은 관광객 120만명이 참가해 1천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최고 축제로 꼽히는 비아레조 축제의 관계자 8명이 지난 7월부터 가평에 머물면서 학생, 군인, 경찰, 농민, 주부, 종교인 등 지역주민의 도움을 받아 거대 인형을 만드는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질베르트 예술감독은 “한국의 역사성과 전통 마스크, 음악, 복장 등을 보고 한국인이 일도 많이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처럼 흥과 신명이 있는 민족임을 느꼈다. 관과 민이 소통하면서 열심히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민 이경자(44)씨는 “외국인과 함께 작업을 하니 세계가 하나 된 느낌이다. 축제가 정착돼 가평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평에는 연극인 이원승(55)씨 제안으로 10년 계획의 ‘어설픈 연극제’를 비롯해 장터연극·전철연극·안방연극 등 주민 참여형 생활연극이 줄을 잇고 학교에는 연극동아리 20여개가 활동중이다. 사단법인 어설픈연극마을 대표인 이씨는 “142년 이끌어온 비아레조의 노하우를 배워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축제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겠다. 지금은 어설프지만 지역밀착형 연극을 통해 인성을 회복하고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군 관계자는 “관광객이 많이 와도 단순 볼거리로는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어려워 생활연극 상설화로 부가가치를 키우려 한다. 방문객은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지역은 방문자 소비로 도시 활력과 상권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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