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수씨. 사진 김규남 기자
종로 음식점 대표 임동수씨 5년째 명절마다 음식 나누기 선행
“추석날 낮 12시부터 고향에 못 가신 분들께 점심을 무료로 대접하겠습니다.”
넉넉한 문구가 담긴 펼침막이 종로 한복판에 내걸렸다. 펼침막 속 식당을 찾아 22일 오후 서울 낙원동 ‘먹고갈래 지고갈래’에 들어서니 사장 임동수(74)씨가 한가위 손님에게 대접할 불고기백반을 준비하고 있었다.
임씨는 올해로 5년째 한가위 무료 음식 나눔을 하고 있다. 애초 운영했던 무도장에서 해마다 열던 ‘경로잔치’가 음식점을 열면서 자연스레 무료 음식 나눔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한가위날 고향에 가지 못하신 분들, 영업하는 식당이 없어 밥 먹을 곳을 찾아 헤매는 분들, 탑골공원·종묘공원의 어르신 등 이웃들이 따뜻한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 뭉클하다”고 했다.
올해 임씨가 준비하는 불고기백반은 1500인분이다. 낮 12시부터 저녁 5시께까지 250석 규모의 식당에 손님이 6차례 가득차고 빠질 규모다. 처음엔 손님이 400~500명 정도였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에 의뢰해 소 한마리를 잡아야 할 정도가 됐다. 음식값만 600만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설날에도 떡만두국을 무료로 내놓는다.
이웃들을 대접하느라 정작 임씨가 가족과 보내는 한가위는 뒷전이 됐다. 그는 “명절 다음날 고향을 찾는데, 고향 형제들도 좋은 일이라며 이해해준다. 그래서 부담 없이 나누고 고향을 찾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전남 나주에서 일찌감치 상경해 종로3가에서 40여년간 살아온 임씨의 ‘선행’은 이 일대에서 유명하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화려한 빌딩 속에서 온정을 느끼지 못하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는 그의 마음이 종로구에 행복을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내가 잘나서 돈을 번 게 아니라 이 사회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봉사가 아니라 환원이라고 생각한다. 힘이 닿을 때까지 매년 나눔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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