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이혼 문제로 다툰 뒤 살해
“함께 죽으려 했다” 경찰에 진술
“함께 죽으려 했다” 경찰에 진술
결혼 13년 만에 얻은 아이를 출생 50여일 만에 숨지게 한 혐의로 아이의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남편과의 이혼과 양육 문제를 두고 다투다 벌어진 비극이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1일 자신의 아이를 죽인 혐의(살인)로 김아무개(40)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날 양천구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낳은 지 50여일 된 아기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사건 전날 남편과 양육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이혼하자. 아기는 내가 키우다 어려우면 보육원에 보내겠다”는 말을 듣고는 아기를 죽이고 자신도 죽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를 보육원에 보내느니 차라리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 30일 아침 7시께 남편이 출근한 뒤 아기를 죽인 뒤 수첩에 “아기는 내가 좋은 데로 데려갈게.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우리 가정은 이렇게 끝나네. 미안해”라는 글을 남기고 집을 나갔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밤 9시50분 인천 해안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임병숙 양천경찰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조사 도중 밥 한술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 13년만에 얻은 귀한 첫 아이였지만 출산 뒤 김씨와 남편은 아이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임 과장은 “김씨가 아기가 오래 없어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는데, 막상 아이를 낳고도 경제적 문제, 양육의 어려움 등이 겹쳐 갈등이 계속된 상황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아이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는 한편, 남편과 가족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방준호 황금비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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