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해 과거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했던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MBC)의 관리·감독기구)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우상호·오영식·이인영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과거 친북 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이하 <친북인명사전>)에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국사학자 90% 이상은 좌편향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보도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데가 없었다” 등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공안검사 출신인 고 이사장은 지난 8월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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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고 이사장은 홍의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친북인명사전> 명단에 포함돼 있는 박원순 시장, 우상호·오영식·이인영 의원이 친북행위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행위별로 선정했기 때문에, (이들의) 과거 행적이 그런(친북)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북인명사전>은 2010년 우파단체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주도해 100명을 꼽은 명단으로, 고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되기 전까지 이 단체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문 대표는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생각의 변화가 있냐”는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질문에는 “솔직하게 말하면 국감장이 뜨거워지고, 사실과 다르게 말하면 (문 대표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상태여서) 법정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대선 직후인 2013년 초 보수단체 모임에서 “(내가 수사를 맡았던)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었다. 당시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이고,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발언한 동영상이 지난달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부림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사법부 일부가 좌경화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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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사법부가 좌경화됐다는 인식은 대한민국의 기초 질서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문 대표는 한명숙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 전체를 부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법부 일부의 좌경화를 걱정한 내 발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상관없다(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자, 고 이사장은 “제1야당 대표를 예로 든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고 이사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사 해체, 연방제 통일 주장 등을 근거로 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국사학자 90%가 좌편향됐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 박 시장 쪽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편파보도’ 논란이 일었던 문화방송의 최근 박 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기피 의혹’ 보도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흠잡을 곳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4일 박창명 병무청장이 국감에서 “(박주신씨가 4급 판정을 받은 것은) 적법하게 심사한 결과”라고 밝힌 사실에 대해서도 “그것은 병무청장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감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로 세 차례나 정회되는 파행을 겪었고, 야당 의원들은 고 이사장의 이념적 편향성과 전문성 부족을 질타하며 이사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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