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던 20대가 범행 4시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용의자가 범행 후 도주하는 장면이 찍힌 사격장 폐쇄회로화면.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 19발을 훔쳐 달아났던 20대가 범행 4시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3일 오전 9시20여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ㅅ실내사격장에 손님을 가장하고 들어갔던 홍아무개(29)씨는 주인 전아무개(46·여)씨에게서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50발을 받아 사격하다, 20발만 쏘고 그만하겠다고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 전씨가 총과 실탄을 금고에 넣기위해 사격대에서 권총을 분리하자, 홍씨는 미리 준비했던 흉기를 갑자기 꺼내 전씨를 위협하며 총과 탄환을 빼앗으려 했다. 전씨가 반항하자, 홍씨는 전씨의 배를 1차례 찌르고 권총과 실탄 19발을 챙겨 달아났다. 당시 사격장에는 주인 전씨와 홍씨만 있었다.
흉기에 찔린 전씨는 피를 흘리며 사격장 밖으로 급히 도망쳐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갑호비상령을 내려 경찰특공대, 타격대, 형사 등 경찰력을 동원해 홍씨의 뒤를 쫓았다.
사격장 안 폐회로텔레비전에는 홍씨가 사격대로 이동하는 장면, 전씨가 사격장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가는 장면, 홍씨가 권총과 실탄 등을 들고 달아나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집에서 쉬고 있던 사격장 종업원으로부터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용의자 생김새가 지난 1일 사격장에 다녀갔던 남자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조사 결과, 홍씨는 지난 1일 낮 12시께 사격장에 들러 사격을 하겠다며 사격일지에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번호 등을 적었다가, 도중에 사격을 하지 않겠다며 사격일지에 적은 내용을 볼펜으로 그어 삭제한 뒤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훼손된 사격일지의 인적사항을 복원해 홍씨의 인적사항을 알아냈다. 또 3일 오전 홍씨가 총을 쏘면서 사용했던 귀마개에서 지문을 채취해 홍씨의 것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홍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홍씨가 권총으로 또다른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을 우려해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홍씨 휴대전화를 위치 추적해 홍씨가 부산 기장군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기장군 쪽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했다. 기장경찰서 형사2팀은 이날 오후 1시40분께 기장군 기장읍 청강리 청강사거리 도로에서 차량 검문을 하다, 정지신호를 받고 멈춰선 택시에서 홍씨를 붙잡았다.
기장경찰서 형사2팀 관계자는 “택시 문을 열어 검문을 하려고 하자, 홍씨가 바지 뒷허리춤으로 손을 돌리길래 그의 팔을 붙잡았다. 당시 홍씨의 뒷허리춤에는 실탄 8발이 장전된 권총이 꽂혀 있었다. 나머지 실탄 11발은 주머니에서 발견했다. 홍씨는 검거 순간 강하게 반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홍씨는 1차 조사에서 ‘자살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전에 사격장에 들러 범행을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다른 목적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흉기에 찔린 주인 전씨는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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