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이후 네팔의 학교 재건 아이디어를 구하려고 지난 2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숭곡중학교를 찾은 네팔 대학생들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제공
5명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
“지진으로 폐허된 학교에서 임시수업
물자 지원보다 교육 방식 도움 필요
이웃과 행복하게 사는 법 중요”
“지진으로 폐허된 학교에서 임시수업
물자 지원보다 교육 방식 도움 필요
이웃과 행복하게 사는 법 중요”
“나마스테.”(‘안녕하세요’를 뜻하는 네팔 인사말)
녹색 칠판 앞에 선 네팔 청년들이 수줍게 두 손을 모았다. 지난 2일 오후 혁신학교인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숭곡중 3학년 5반 교실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오늘 온 우리는 (해발) 2700m 넘는 네팔의 고지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네팔 청년 가운데 한 명인 펨바(23)가 자기 일행을 소개했다. 학생들은 높은 곳에 살면 아프지 않은지, 산속에서도 휴대전화가 잘 터지는지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던 그는 교실 한편의 텔레비전 화면에 히말라야산맥이 펼쳐진 네팔의 사진을 띄웠다. 곧이어 지진으로 폐허가 된 학교 모습이 등장했다. “여러분의 학교와 무너진 우리 동네 학교를 비교해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펨바의 물음에 학생들은 쉽게 대답을 찾지 못했다.
이날 교실을 찾은 펨바와 소남(25)·도르지(22)·상게(30)·니마(22) 등 네팔 청년 5명은 네팔의 120여개 민족 가운데 하나인 셰르파족이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는 포터(짐꾼) 일과 학업을 함께 하며, 자신들이 나고 자란 마을을 돕기 위한 모임을 꾸리고 있는 대학생이다. 4월25일 네팔 대지진 뒤 이들은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해 우기가 지나는 대로 무너진 학교를 하나씩 다시 세우고, 좋은 교사와 수업 내용을 갖춘 학교를 만들기 위한 토론과 공부도 이어가려고 한다. 이들은 지역사회와 학교교육을 연결하는 서울시의 ‘마을과 학교 상생프로젝트’ 해외 교류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30일 한국을 찾아 ‘어떤 학교를 지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상게는 “건물·돈 같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보다 우리 스스로 학교를 짓고 좋은 교육체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펨바가 사는 굼델 지역은 학교 9곳 가운데 7곳이 지진으로 사라졌다. 배움을 포기하지 못한 학생들이 대나무를 엮어 기둥을 세우고 천막을 얹은 임시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고 한다. 펨바는 “사람들 마음에 상처가 있는 때일수록 그것을 치료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에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상게는 “두세 시간 집안 농사일을 마치고 다시 두시간을 걸어야만 갈 수 있던 학교지만, 수백년 전 삶을 그대로 사는 산골마을에서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곳”이라고 했다. 그가 동네 아이들에게 학교를 다시 지어주려는 이유다.
이날 네팔 청년들은 수업을 지켜보고, 교사들과 학교 운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새로 짓는 학교가 좀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다. 상게는 “한국의 학교 시스템이 부럽지만 우리 마을이 가진 전통과 반반씩 섞였으면 좋겠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인데, 우리 전통처럼 이웃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짓고 싶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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