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한 연구센터에서 10년 동안 기간제 노동자로 근무한 ㄱ씨는 2008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17년차 서울대 직원이지만 그는 캠퍼스 안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없다. 서울대 산하 기관장이 임용한 무기직 노동자 대부분은 ‘서울대 총장이 임용한 직원의 자녀만 가능하다’고 정한 어린이집 입소 자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차별은 신분증과 도서관 이용 자격 등에도 있다. 건물 출입증인 ‘에스(S)카드’의 경우, 법인 정규직은 청색, 무기직은 회색으로 구분한다. 중앙도서관을 이용할 때 법인 정규직은 20권을 30일 동안 빌릴 수 있지만, 무기직은 절반 수준인 10권을 14일 동안만 빌릴 수 있다. 법인이나 서울대 발전기금에서 채용한 정규직은 서울대 산하 병원 4곳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무기직은 예외다. 학내 교육시설인 언어교육원 이용 등 직무교육도 법인 정규직에게만 해당한다.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무기직 노동자 488명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기간제에서 무기직으로 전환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1249일(3년4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운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사용기간인 2년(730일)을 넘겨 전환된 이들은 약 62%(301명)였다. 이들 가운데 총장이 직접 고용한 경우는 33명(약 7%)뿐이었다.
서울대는 무기직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지난 5월 ‘서울대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티에프(TF)팀’을 꾸려 그동안 8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티에프팀에 참여한, 이름을 밝히길 꺼려 한 서울대의 한 교직원은 “회의에서 합의된 내용과 별도로 학교가 자체 보고서를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티에프팀에 통보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대 비정규직 공동대책위원회의 이용우 변호사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든 무기직이 또 하나의 신분이 돼 정규직 사이에 임금과 또다른 현실적 차별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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