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대법 “피해자 몸에 안 닿았어도
추행 위해 따라간 건 고의성 있어”
추행 위해 따라간 건 고의성 있어”
뒤에서 누군가를 껴안으려다가 피해자가 소리를 질러 동작을 멈췄더라도 강제추행 미수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혼자 길을 가던 여고생을 뒤에서 껴안으려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미수)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박아무개(30)씨에게 주거침입만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3월25일 밤 10시께 경기도 광명에서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던 김아무개(17) 양을 200m가량 뒤따라가다 외진 곳에 이르자 양손을 내밀어 김양을 껴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김양이 뒤돌아보며 “왜 이러세요!”라고 소리치자 몇초 동안 빤히 쳐다보다 뒤돌아 갔다. 박씨는 같은 해 7월14일 다른 여성을 성추행하기 위해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주택 2층에 들어간 혐의도 받았다.
1심은 두 혐의를 모두 인정해 박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피해자를 뒤따라 가다가 1m 정도 간격을 두고 양팔을 높이 들어 벌린 자세를 취한 행동만으로는 피해자의 반항을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강제추행 미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형량을 징역 10개월로 낮췄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양을 추행하기 위해 뒤따라간 것이므로 추행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실제로 피고인의 팔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박씨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폭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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