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국회의사당 ‘청사 또는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에서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국회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민들이 집단 상경해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친 것이다. 앞서 이들은 여야 당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후 일부 지역구민들이 의원들과 함께 국회 경내로 들어왔다.
경찰은 이들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그간 경찰과 국회 사무처는 국회 본청도 아닌 외곽 담을 기준으로 집시법의 100m 기준을 적용해왔다. 시민사회단체나 노동조합 집회는 아예 신고 자체를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이나 문화제 형식을 빌려야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노사정 합의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본청 안으로 진입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38명이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국회 안은 경찰 관할이 아닌 국회 사무처 관할이다. 지역구민들의 국회 경내 진입은 사무처와 의원실 사이에 사전에 협의가 된 사안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권한이 있는 사무처 쪽에서 불법 집회로 보고 경비병력 투입을 요청하면 그때 경찰이 나설 수 있는데, 전교조 집회 때는 사무처 쪽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례적인 국회 경내 집회 사진을 올린 홍일표 박사(더미래연구소 사무처장)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국회 경내에서는 구호는 못 외치고 겨우 행진을 하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관이기도 한 홍 박사는 “국회 잔디밭이 뚫린 것이 아닌 열린 것이다.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단합된 목소리와 그것을 중히 여기는 정치권의 노력이 있다면 국회 잔디밭도 당연히 집회와 시위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참으로 웃픈(웃기고 슬픈) 날이다. 2015년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확인했다”고 했다.
방준호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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