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황기철 무죄’로 책임 불분명
검찰, 항소…인사문제도 쟁점될듯
검찰, 항소…인사문제도 쟁점될듯
통영함 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황기철(58) 전 해군 참모총장의 무죄가 선고되면서, 통영함 부실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졌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7일 황 전 총장 등을 항소했다.
통영함 사건으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군 인사는 전직 영관급 장교 2명이다. 해군 고속함 사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도 통영함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받고 있지만, 황 전 총장의 무죄로 혐의 인정이 불투명해졌다. 정 전 총장이 황 전 총장 등 방위사업청 간부에게 압력을 넣어 통영함의 부실한 음파탐지기를 도입하게 됐다는 ‘뼈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합수단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는 항전 분위기가 강하다. 합수단은 이날 황 전 총장 무죄에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에서는 허위공문서 작성의 고의성 여부와 범행 동기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은 2009년 황 전 총장이 방사청 함정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진급을 위해 정옥근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해군사관학교 동기이자 무기 로비스트인 예비역 대령 김재하(64)씨가 중개하는 부실 음파탐지기를 도입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로 황 전 총장을 구속기소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과 당시 방사청 팀장으로 실무를 주도한 오아무개(58) 전 대령이 납품업체가 평가에 필요한 성능 입증 문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군 요구 기준을 충족한 것처럼 꾸며 음파탐지기 도입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09년 7월 방사청이 작성한 ‘통영함 음파탐지기 대상장비 선정 보고안’을 보면, 제안서 평가 항목 76개 중 3개가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4개월 뒤인 11월에 작성된 ‘통영함 음파탐지기 기종 결정(안)’ 문서에는 추가 문서 제출이 없었는데도 76개 평가 항목이 모두 ‘충족’된 것으로 처리돼 있다. 황 전 총장은 이 문서를 결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는 5일 “(충족 표시가) 객관적 사실에 관한 허위기재라고 하더라도 오 전 대령에게 기종결정(안)을 허위로 작성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황 전 총장이 오 전 대령으로부터 기종 결정(안) 보고서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은 사실은 없고 당시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황 전 총장과 오 전 대령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합수단은 “법원이 허위공문서라는 점은 인정하면서 그 책임을 질 사람은 없다고 판결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한 바 있다. 합수단이 범행 동기로 꼽은 ‘인사 문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황 전 총장 인사권이 당시 소속돼 있던 방위사업청장에게 있다고 봤지만, 합수단 쪽은 “진급 등 실질적인 인사권은 당시 해군참모총장에게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황기철 전 해군총장의 통영함 재판 관련 주요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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